英연구팀 “브런트 빙붕 분리는 자연적 주기에 따른 것”
남극 대륙의 브런트 빙붕(氷棚)에서 뉴욕시 두 배 크기의 거대한 얼음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인 것으로 관측됐지만 지구촌의 우려와는 달리 지구 온난화와는 무관한 빙붕의 자연 주기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약 1천5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빙산은 브런트 빙붕에 아직 붙어있지만 7년 전부터 시작돼 점점 커져 온 두 개의 금이 만나면 몇 개월 안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극의 빙붕 붕괴나 얼음이 줄어드는 현상은 대체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알려져온 상황이라 이번 연구결과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빙하학자 힐마르 구드먼드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브런트 빙붕의 빙산 분리가 빙붕의 자연적 주기에 따른 것으로 과거에도 비슷한 빙산 분리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논문을 유럽지구과학연맹(EGU) 저널인 ‘지구빙권(The Cryosphere)’에 제출했다.
이 논문은 현재 빙하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전달돼 심사(peer review)가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고 특히 남극권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브런트 빙붕의 붕괴와 관련해서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연구팀은 눈과 얼음의 변화에 관한 위성 자료를 전문적으로 처리해온 오스트리아 기업 ENVEO의 자료를 활용해 수년전부터 브런트 빙붕 상황을 추적해 왔다고 한다.
지난 2014년에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브런트 빙붕에서 떨어져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얼음 안에 위치해 있던 영국의 핼리연구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이 연구소는 현재 브런트 빙붕의 안쪽으로 이동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브런트 빙붕은 약 150~250m 두께로 내륙에서 쌓인 눈이 얼어 형성된 얼음이 바다 쪽으로 밀려 나오면서 웨들해(Weddell Sea)에 떠 있는 상태다.
연구팀은 브런트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이 서쪽으로 흘러가 더 작은 빙산들로 쪼개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바다 위에 떠있는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은 해수면 상승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또 빙붕에서 거대한 빙산이 떨어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서남극의 파인 아일랜드 빙붕에서는 최근 몇 년간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관측됐으며 브런트 빙붕 서쪽의 라슨C 빙붕도 상당한 얼음이 빙산으로 분리됐다.
연구팀은 이와함께 브런트 빙붕에서 이전에도 대규모 빙산 분리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1915년 브런트 빙붕을 탐험할 때 만든 지도에는 빙붕이 바다쪽으로 멀리 나와 있었으나 1950년대에 핼리연구소를 설치할 즈음에는 빙붕이 상당히 짧아져 그 사이에 큰 얼음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구드먼드슨 교수는 이는 “이번과 같은 빙산 분리가 역사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며 빙붕의 움직임과 자연 주기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추가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