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코리아] 267회-2 한옥의 멋과 정취 – 어진 이들이 노니는 곳, 초은당

한옥은 한국식 주택을 말한다. 요즘은 양옥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한옥과 양옥이 혼재했던 서울의 80년대만 하더라도 “2층 양옥집”이라는 표현은 마을을 찾는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 주기 위해 흔히 하던 말이다.

요즘은 아파트, 주상복합 등 사람들의 주거 공간을 칭하는 말들이 많지만, 

지금 한옥에 산다는 것은 삶의 여유와 풍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애써 한옥마을을 찾기도 하고 한옥이 갖고 있는 멋스러움을 동경하기도 한다.

주춧돌과 대들보, 용마루와 서까래, 공포, 익공 그리고 추녀와 팔작지붕.

이런 단어들을 알아본다면 한옥의 멋스러움과 조화 그리고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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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있는 초은당(招隱堂).

이곳에 정갈한 한옥이 한 채 있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 하나 하나를 끼워 맞춰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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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은당의 주인 권오춘 해동경사연구소 이사장.

그는 한자로 된 고문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한 연구소의 이사장이다.

그는 오늘 방문객들에게 한옥의 멋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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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은당의 정갈한 내부는 몸이 저절로 구부러지며 행동마저 조심스러워진다.

이것이 어디 사람 사는 집인가.

사물 하나 하나가 모두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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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들에게 병풍 하나를 펼쳐 보인다.

목단이 그려진 푸른 빛의 병풍이다. 목단은 부귀 영화를 상징했다고 한다.

빛이 비칠 때마다 병풍은 실크처럼 반짝인다.

이것은 초은당에서 혼례를 치를 때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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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1호 칠장 김환경 선생이 만든 박쥐장.

그 위에서 초 한대가 어둠을 밝힌다.

은은한 불빛 아래 옻칠이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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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예부터 복을 상징했다. 박쥐를 뜻하는 편복(蝙蝠)이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과거에 오복(五福)이란 장수와 부, 건강과 마음의 편안함 그리고 명대로 살다 편하게 죽는 것, 끝으로 덕을 지키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 한다.

 

현대인이라면 재물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을 테지만, “덕을 지키는 즐거움”이라, 선인들의 지혜와 세계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초은당의 주인 권오춘 선생도 노자의 말을 인용해 “족하면 상락이라, 만족하면 즐거움”이라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도시인의 눈에 비친 그의 삶이란 확실히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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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은 퇴계 이황과 서애 류성용의 고향이다.

권오춘 선생 역시 안동에서 태어나 고향의 어린 시절을 “집집마다 한옥이고 서당에서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회억한다.

때문에 어린 시절의 향수가 자신을 한옥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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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도 집 안팎을 손수 정리한다.

한옥에 살려면 사람이 부지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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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간다는 옻칠은 집을 상하지 않게 하고 세균 번식을 억제한다.  이 마루는 9번 옻칠을 한, 물 한 방울 스미지 않는 문화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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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님이 왔다.

VR을 개발 중인 박용진씨는 촬영을 위해 초은당을 방문했다.

그는 이곳이 ‘정결하고 특색 있다’고 방문 소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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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춘 선생이 학문에만 몰두하던 시절, 허약해진 몸을 단련하기 위해 선비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을 통해 부족한 운동도 채우고 자기 수양도 한다. 그는 선비춤을 추는 동안 잡념과 잡심(雜心)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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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기와가 한옥의 위엄을 더해 주고 있다.

“고래등 같은 집”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검푸른 기와를 보면 저 멀리 수평선을 헤엄치는 고래를 떠올릴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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