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잠깐. 저기 그 범인 아닌가. 차 좀 인도 쪽으로 붙여봐.”
1일 경찰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지난달 24일 오후 4시께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순찰에 나섰던 동작경찰서 강력팀 소속 박성원(43) 경위가 다급하게 외쳤다.
순찰차 조수석에 앉아 밖을 내다보던 박 경위의 눈에 인도를 걸어가는 짧은 머리에 키 170㎝대 초반인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 남성은 올 8월 19일 상도동 주택가 골목에서 트럭에 실린 동파이프를 훔친 A(40)씨와 너무나 닮아 보였다.
당시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의 얼굴은 확인했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 인근 CCTV도 분석했지만, 범인은 CCTV가 없는 골목으로 달아나면서 행방이 묘연해졌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박 경위는 그날 이후부터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수시로 열어봤다. A씨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기 위해서다. 영상으로 수십차례 봐서 눈에 익혀뒀던 절도범의 인상착의가 한 달이 지난 뒤 순찰 중이던 박 경위 눈에 우연히 포착된 것이다.
박 경위는 A씨의 뒷모습을 본 순간 느낌이 이상했고, 평소에 보거나 찾던 사람이라는 직감이 왔다고 한다.
인도 쪽으로 차를 붙여 이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박 경위는 A씨임을 확신했다. 차를 옆에 세우면 도주할 것이 우려돼 멀찌감치 차에서 내린 뒤 남성에게 다가갔다.
박 경위가 경찰임을 밝히고 범행 여부를 물었으나 그는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박 경위가 스마트폰에 저장된 CCTV의 범행 장면을 보여주자 이내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하고,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절도 등 전과가 다수 있었고,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지난해 9월 출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생계를 위해 빈집털이 등을 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 경위는 “범인을 놓치지 않고자 스마트폰에 범행 CCTV 영상을 넣고 자주 봤다”며 “평소에도 미검거된 피의자 사진 등을 자주 본다. 친밀감이 들 정도로 봐둬야 우연히 마주쳐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단서가 부족해 곧바로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한 달 만에 길에서 범인을 보니 반갑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다른 추가 범행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