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여자중고 고교과정 212명 졸업…13년째 전원 대학 합격
“1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쳤습니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아들 두 명을 키우다 뒤늦게 공부의 한을 풀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90세지만,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도전할 겁니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고 올해 고구려대 아동노인복지학과에 진학한 김순실(89) 씨의 졸업 소감이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올해 중학교 7개 반 281명, 고등학교 6개 반 212명이 졸업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일성여자중고는 여러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 이상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올해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64세로, 212명 전부가 10대 학생들과 똑같은 입시를 거쳐 대학에 합격했고, 이 중 80% 가량이 실제 진학할 예정이다.
졸업 후에도 공부를 계속하자는 취지에서 매년 고교 졸업생 전원이 대학 원서를 내는 이 학교는 13년째 대학 합격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숭의여대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한 강대원(70) 씨는 “칠순의 나이에 못 배운 설움에서 벗어나 당당히 대학생이 됐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아신다면 ‘우리 딸 장하다’고 안아주실 것”이라며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전진, 또 전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과정에 올라가는 김정심(66) 씨는 “어린 시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중학교를 포기해야 했다. 결혼해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끊임없이 갖고 있었다”며 “막상 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공부는 만만치 않았지만, 배움을 통해 얻어지는 삶은 값진 보석과도 같았다. 내년부터는 고등학생으로서 이 기쁨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일성여자중고는 구한말 지식인 이준(李儁) 열사의 고향 함경북도 북청 출신 실향민들이 1952년 설립한 야학이 시초다. 2001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편된 이래 올해까지 4천75명의 만학도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얻게 됐다.
졸업식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