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만에 수수께끼가 풀렸다” 천재 시인 이상의 시, ‘물리학자’들이 해독했다

By 윤승화

90년 만에 수수께끼가 풀렸다. 천재 시인 이상의 시에 관한 수수께끼인데, 물리학자들이 풀었다.

지난 23일 광주과학기술원은 이수정 기초교육학부 교수와 지난해 광주과기원 물리전공을 졸업한 오상현 씨가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이상의 난해시 ‘건축무한육면각체’와 ‘삼차각설계도’ 내용을 분석하고 해설했다고 밝혔다.

이상이 1931년 발표한 시 ‘삼차각설계도’와 이듬해인 1932년 발표한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손에 꼽히는 난해함으로 발표된 지 90년 동안 제대로 해석되지 못했다.

삼차각설계도 / 온라인 커뮤니티
삼차각설계도 해독 / 광주과학기술원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 씨에 따르면, 두 시는 서로 연관된 시다. ‘삼차각설계도’는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를 뜻하고, 건축무한육면각체는 4차원 시공간에서의 건축을 뜻한다.

시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은 검은 점 100개로 시작한다. 그다음 문장들이 나온 뒤에는 스펙트럼, 축X, 축Y, 축Z가 쓰여있다.

이번 연구 결과, 검은 점들은 가로와 세로가 존재하는 2차원을, 축X, Y, Z는 3차원 공간을 뜻하고 있었다.

광주과학기술원
이상 / 연합뉴스

‘건축무한육면각체-AU MAGASIN DE NOUVEAUTES’의 첫 문장인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 의중의 사각’도 단순하지만 4차원을 의미한다.

투상도법으로 해석하면 해당 문장은 한 사각형이 다른 사각형의 중심선을 관통하고, 또 다른 사각형이 관통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4차원까지 확장된다는 의미다. 투상도법은 건축가들이 설계도를 그릴 때 기준면을 잡는 대표적인 면이다.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 씨는 “이상의 시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와 건축을 문학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였음이 규명됐다”며 “이번 연구는 이상의 4차원 기하학을 활용한 사유와 독창적인 상상력이 작품에 구현된 경로를 조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