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역사 ‘전기요금 누진제’ 없어질까..산업부, 개편안 논의 시작

By 정경환

유난히 덥고 길었던 지난 여름, 에어컨을 설치한 가정에서는 더위 걱정 대신 다른 걱정이 늘었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에 대한 우려였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44년전인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단일체계였지만, 1974년 전 세계 오일쇼크로 3단계 누진제가 생겼다.

당시 누진제가 적용된 요금은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이 단 1.6배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누진제 요금 차이가 대폭 늘어난 것은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였다.

최저에서 최고까지 12단계로 구분됐고 오금 차이는 무려 15배였다. 이후 서서히 격차가 줄어 들면서 2005년 6단계 체계로 개편되고 요금 차이도 약 12배로 다소 줄었다.

이러한 6단계 누진제는 10년간 유지되다 2016년 3단계(요금 차이 3배)로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전자기기 사용량이 날로 높아지는 일반 가정에서는 3배 요금 차이 역시 부담스럽다는 여론이 높다.

2016년 개편된 누진제 | 산업통상자원부

이에 따라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는 현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거나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진제 폐지 소식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단일 구간의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의 요금은 줄어들지만, 적게 사용하는 가구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누진제 폐지시 전기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2250만 가구 중 약 62%인 1400만 가구다. 요금이 줄어드는 가구는 38%인 850만 가구에 그친다.

산업부는 누진세 폐지에 대한 요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