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고려대 후문 한 중국집 앞에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이별의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제목 아래에 “사학의 명문 고대 생활권에서 자장면 장사하기 어언 30여 년. 그간 변함없이 찾아주시고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고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고객을 향한 정중한 인사말이 적혀 있다.
가게 주인은 이어 “이제 본인이 85세 고령이고 지난 2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더 이상 본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어 폐업하게 되었습니다”라며 폐업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가게는 1987년 개업해 31년 역사를 가진 중국집 ‘설성번개반점’이다. 설성의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가게 주인 김태영(84) 씨는 당초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바닥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에 고대 후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조리와 배달, 그리고 후한 인심으로 대학생과 교직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다.
‘번개’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 배달원은 고려대 명예 강사로 위촉되고 전국 순회강연을 다닐 정도로 일약 스타가 되기도 했다.
넉넉한 양과 군만두 하나를 추가해 주는 등의 소소한 ‘서비스’는 학생들에게 몸과 마음을 함께 채울 수 있는 곳으로 설성을 기억하게 했다.
이처럼 고대 명물로 자리 잡은 중국집이 문을 닫는 이유는 현수막에 밝힌 것처럼 사장 김 씨가 올해 두 차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친 어깨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앞으로 젊은 학생들이 아니라, 자신의 또래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