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취재를 하러 다니세요? 모든 사람이 잊고 편안하게 사는데…”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들이 ‘그알’ 제작진에 한 말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다뤘다.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은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에서 여고생 정소윤 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현재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이날 故 정소윤 양의 아버지는 취재진에 당시 경찰들이 어떻게 사건을 수사했는지를 전했다.
소윤 양 아버지는 “형사라는 사람들이 굿하는 데 따라오고, 여기 방구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형사들”이라며 “그런 경찰, 형사를 믿고서 범인을 잡겠다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또한 옆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유도 없이 남의 손에 죽임을 당한 딸을 엄마 아빠는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소윤 양을 기억해야 하는 건 오로지 부모만의 몫일까.
당시 수사팀은 소윤 양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 형사를 찾았다.
형사는 자신을 찾아온 PD에 “그런데 왜 (취재를) 하러 다니냐”고 물었다.
이에 제작진은 “범인 잡아야지 않느냐. 당시에 수사하셨던 노트 같은 것도 없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당시 수사 형사는 “몇 년 전에 다 태웠다. 수사 안 한다고 그래서 다 태웠다”고 했다.
다른 경찰들과 사건 관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영동경찰서 관계자는 전화 취재를 요청한 제작진에 “하아, 또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잊고 편안하게 사는데 아픔을 다시 또 상기시키는 그런 일이 된다”고 오히려 제작진에게 훈수를 뒀다.
당시 사건을 총지휘했던 형사는 현재는 퇴직한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그가 사는 곳까지 찾아갔으나, 취재 마지막까지 해당 경찰관은 만나주지도 연락을 받아주지도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작진은 당시 막내 형사까지 찾아갔다.
당시 막내였던 수사 형사는 “그때는 복사만 한 1년 해야 된다. 심부름만 하던 때”라며 “일단 저는 기억이 없다”고 제대로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당시 수사 형사는 또 “방송의 취지가 범인을 잡아주려고 하는 거냐, 아니면 그냥 흥미 위주로 가는 거냐”며 “어떤 단서가 있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무슨 단서가 있느냐”고 따졌다.
사건 담당 경찰이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단서가 있냐고 따져 묻는 현실.
이렇듯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다. 모두 잊고 사는데 왜 굳이 들추느냐 화를 내기도 했다.
대체 범인이 잡히지 않은 사건은 누가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사진 속 소윤 양은 미소 띤 얼굴로 묵묵히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