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속였다” vs “장흥군청이 요구했다” 해명 엇갈려
장성군도 ‘무방류 화장실→일반식 정화조’ 바뀐 배경 감사
계약과 딴판으로 시공한 이동식 화장실 공공조달 납품과 관련해 지자체가 감사에 착수했다.
3일 전남 장흥군에 따르면 간이샤워실로 시공한 탐진강변 화장실 조달납품 전반을 감사팀이 조사에 들어갔다.
감사팀은 우수조달제품 구매라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발주한 화장실이 왜 샤워실로 납품됐는지를 확인해 후속 조처에 나설 방침이다.
장흥군은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용해 지난해 4월 A업체에 무방류 화장실 4동(棟) 설치를 발주했다.
분뇨를 흘려보낸 물을 여과해서 재사용하는 무방류(無放流) 화장실 4동을 구매하는 데 4억570여만원을 지출했다.
샤워꼭지 14개, 전기온수기, 옷장, 냉난방기 등이 마련된 간이샤워실 1동 설치에 무방류 화장실과 맞먹은 1억142만원이 지급됐다.
인구 3만9천여명인 장흥에서 1억원이면 2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장흥군은 조달청 전산에 등록한 계약과 달리 화장실 4동 중 2동을 샤워실로 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전날 샤워실을 화장실로 개조하는 공사를 벌였다.
샤워기 옆에 대변기를 놓고, 샤워기 사이사이에 소변기를 설치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다.
정종순 장흥군수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반나절 만에 뒷수습 공사 중단을 지시하면서 샤워실도 화장실도 아닌 상태로 방치됐다.
장흥군 관계자는 “화장실과 샤워실 모두 도면대로 시공돼 지난해 8월 시공 검수 때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며 “업체에 속았다”고 항변했다.
무방류 화장실처럼 특허 기술로 우수조달제품 자격을 취한 물품은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발주라는 특혜를 받는다.
장흥군이 A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무방류 화장실을 주문해놓고 샤워실 도면과 시공 결과를 비교하며 검수했다는 자체가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다.
A업체는 장흥군 요구로 샤워실을 납품했다고 설명하고 있어 상반된 해명에 어떤 감사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경찰도 언론 보도로 사안을 인지하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장흥에 무방류 화장실을 납품한 A업체는 지난해 장성 황룡강변과 장성호 수변길에도 조달계약과 다른 화장실 3동을 시공했다.
A업체가 장성에 납품하기로 한 무방류 화장실은 정화조에 분뇨를 모아 수거하는 일반식으로 시공돼 군청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최근 3년간 A업체는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40여곳에 50억원 상당의 무방류 화장실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