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이 은행을 상대로 500억 사기행각을 벌이다 들통이 난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70대 노인이 서울 강북 미아동의 한 은행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인은 은행원에게 수표 1장을 내밀며 자기 계좌로 입금을 해달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오가는 수표라 무심히 수표를 받아든 은행원은 깜짝 놀랐다. 수표에 적힌 금액이 무려 500억 원이었던 것이다.
큰 금액에 놀란 은행원은 0 자릿수를 세고 또 세어봤다. 그래도 확신이 안 서 옆자리 동료를 불러 같이 확인을 했다. 500억짜리 자기앞 수표가 분명했다.
문제의 수표는 지급자가 농협으로 2007년에 발행된 자기앞 수표였다.
은행원은 오래된 발행연도와 꾸깃꾸깃해져 조잡해 보이는 수표가 금액마저 크다 보니 위조를 의심했다.
그러나 수표 감별기에 검사한 결과, 수표는 위조가 아닌 진짜 수표로 감별이 됐다.
기다리던 노인의 채근에 어쩔 수 없이 은행원은 500억 원을 노인의 계좌로 입금했다. 수표 감별기가 진짜 수표로 감별했으니 의심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500억이라는 금액에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은행원은 상사에게 보고했고, 해당 상사는 즉시 수표 금액의 지급자로 명시된 농협으로 문의했다가 놀라운 대답을 들었다.
문제의 수표가 지난 2005년 울산 두북 농협에서 강도당한 자기앞수표 일반권(백지수표) 71매 중 하나라는 것이다.
도난당한 수표는 아직 금액이 찍혀지지 않았던 미발행 백지수표기에 수표 감별기에서 진짜 판명될 수 있었다.
노인을 비롯한 일당은 수표 양식 자체는 진짜지만 발행된 적이 없는 수표 금액란에 500억이라는 숫자를 찍어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 했던 것이다.
은행은 즉시 노인 명의의 계좌를 출금 정지시켜 500억이라는 거금을 지켜낼 수 있었다.
수표를 현금화하여 계좌에 입금할 경우 24시간 이내에는 출금할 수 없도록 한 ‘안전장치’ 덕분이었다.
은행원의 의심에 결국 덜미가 잡힌 노인은 “수표가 워낙 오래되어 들키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경찰은 2005년 울산 두북농협 은행 강도 사건에서 도난당한 자기앞 수표 71매 중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총 4매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