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든 소 사료 때문에 국내서 사라졌던 ‘쇠똥구리’가 돌아온다

By 박은주

지난 2017년 12월, 살아있는 쇠똥구리(dung beetle)에 환경부가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사라진 쇠똥구리 복원을 위해 한 마리당 100만 원씩 50마리를 사겠다는 구매공고를 낸 것이다.

당시 공고를 보고 “내가 몽골에 사는데 들판에서 잡아가면 되는 것이냐”라고 문의를 하거나, “세금 낭비가 아니냐”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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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8개월이 흐른 지난 12일, 환경부는 “드디어 쇠똥구리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쇠똥구리 복원을 위한 연구는 2014년부터 고려대 연구팀과 경기 양평군 측에 의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양평군 측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몽골에서 쇠똥구리를 800마리를 도입해 소똥 대신 말똥으로 애지중지 키웠다. 항생제가 든 사료를 먹은 소똥은 쇠똥구리의 먹이로 쓸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인공 증식으로 부화에 성공한 쇠똥구리는 단 네 마리뿐이었기에 환경부 국립 멸종 위기종 복원센터는 몽골의 울란바토르대학과 공동연구 협의를 맺고 쇠똥구리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쇠똥구리가 다양한 DNA를 가지고 있어야 번식이 수월하다고 보고 몽골 현지에서 쇠똥구리 200마리를 채집해 들여오기로 했다.

쇠똥구리는 1970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곤충이었다. 하지만 1971년 이후로는 발견된 적이 없어 ‘지역멸절종’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부터 소의 먹이를 목초에서 항생제가 든 인공사료로 바꾸면서 쇠똥구리가 사라진 것이다.

소똥을 경단처럼 만들어 굴리는 쇠똥구리는 우리나라에 모두 38종이나 있었다. 그 많던 쇠똥구리가 모두 사라지고 현재 멸종 위기 2급 곤충으로 지정된 ‘애기뿔쇠똥구리’만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다.

쇠똥구리는 큰 동물의 똥을 경단처럼 뭉쳐 땅에 묻어두는 습성이 있는데 이 과정이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질병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애기뿔쇄똥구리/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제공=연합뉴스

또 쇠똥구리는 염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 동의보감에도 그 효능이 기록됐다. 현대 의학이 쇠똥구리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실제로 2016년 국내 자생종인 ‘애기뿔쇠똥구리’에서 추출한 ‘코프리신’이라는 물질이 염증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 코프리신은 현재 병원용 재생연고제, 기능성 화장품 등 12종의 제품이 출시돼 연간 10억 원 이상 매출이 발생했다.

만약 국내에서 소똥구리를 복원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연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그 나라가 요구하는 금전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쇠똥구리 한 마리가 국가경쟁력과 직결될 수도 있다며, 쇠똥구리 멸종을 방관하면 수천억 원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