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숙박비가 30만원이 넘는 여수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이불 위에 누운 투숙객의 귀로 독성 왕지네가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라는 홍모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사진과 함께 사연을 올렸다.
게시글에 따르면, 홍씨는 앞서 이달 11일 상견례를 위해 가족과 함께 여수를 찾아 이 지역의 A리조트에 숙박했다. A리조트는 1박 숙박비가 30만원 수준인 고급 리조트로 알려진 곳이다.
전망이 아름다운 이곳의 숙박 예약은 예비 시부모가 직접 홍씨를 위해 진행했다. 체크인한 홍씨 가족은 기분 좋은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불이 모자라 요청해 받은 보조 이불에서 꿉꿉한 느낌이 들었지만 직원이 귀찮아할까 봐 바꿔 달라고 하지 않고 그대로 이불을 펴고 누웠다는 홍씨.
눕고 난 거의 직후 홍씨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홍씨는 “오른쪽 귀가 미친 듯이 아팠다”며 “울며불며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녔다”고 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홍씨의 얼굴은 점점 붓기 시작했고 이에 홍씨의 아버지는 119를 불렀다. 홍씨의 동생은 “(누나) 귀에서 뭐가 나왔다 다시 들어갔다”고 말한 뒤 귀에서 무언가를 잡아 꺼냈다.
홍씨의 오른쪽 귀에서 나온 것은 길이 5cm에 달하는 지네와 홍씨의 피였다.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된 홍씨에게 의사는 “지네는 독이 있고 이빨이 있다”며 “귓속을 물고 다녔다. 고막은 다행히 피했으나 염증이 생기니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으라”라고 진단했다.
응급실에서 새벽 3시께 리조트로 돌아온 홍씨는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바뀐 방에서는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았다. 홍씨 가족은 아침 9시에 방을 또 옮겨야 했다.
이런 가운데 상견례는 결국 취소됐다. 홍씨는 “귀 쓰라림, 이명 증상, 염증 등으로 다음 날 연차를 내고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홍씨는 이어 “책임자에게 사과 전화나 비용 환불, 보험 청구에 대한 진행 상황 설명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여수시청 숙박업체 위생 관리부서에 청결 문제로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제야 리조트 부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사자인 홍씨가 아닌 홍씨 가족에게 연락을 취한 부사장은 “여수시청에 민원을 작성했다고 들었다”며 “숙박비는 환불 못 해 드리고 원하시는 게 법적 대응이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홍씨는 “우리 가족의 행사는 망쳤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병원에 다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26일 SBS ‘8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실제 해당 리조트는 여수시청의 긴급 점검 결과 공중위생관리법상 매달 1번 이상 외부기관에 의뢰해 소독해야 하는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시청 관계자는 “위생관리 소홀로 행정처분을 경고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