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든 남겨둔 전 재산으로 부모없는 어린이들을 도와주세요.”
김용만 할아버지는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에서 4대독자로 태어났다. 가정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행복하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중 9살 때 탄광 갱도가 무너져 부모를 잃고 말았다.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그는 살길이 없자 청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와 구걸과 막노동을 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러다 6.25전쟁이 터졌고 국군으로 북한과 전투를 치렀다. 전쟁이 끝나자 전국을 떠돌며 막노동을 하다가 30년 전 대구시 중구에 정착해 막노동과 파지를 줍는 일 등을 하며 전세금 1800만원을 모았다.
김 할아버지는 그 돈으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기 시작했고 2000년부터 거동이 불편해 한달 49만5천원 남짓 생계비를 받아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2013년, 김 할아버지는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떠나기 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자 자신처럼 부모없이 자랄 아이들이 먼저 떠올랐다.
김 할아버지는 결국 “내가 가진 전세금으로 고아들을 돕는 게 마지막 할 일인 것 같다”며 “전세금 1800만원을 유산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언장 작성과 함께 변호사를 통해 공증 절차까지 마쳤다.
할아버지는 당시 유산기부 약정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면서 너무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다. 꼭 부모없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할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집주인이 가져온 전세금 1800만원은 현재 대구 중구에 사는 고아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