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들고 초등학교로 진입한 남자를 제압한 공무원

By 정경환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이 동네를 살피던 중 총을 들고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남자를 붙잡아 표창장을 받았다.

지난 1월 오전 9시경 영등포구청 황모(56) 주무관은 무단 투기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동네를 순찰하던 중 장총을 들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불법 사제 총기(기사와 무관한 사진) | 연합뉴스

황 주무관은 동료에게 “저 사람 총을 들고 있는 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동료는 “도심 한복판에서 무슨 총이냐 말도 안 된다”라고 대꾸했다.

그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12년간 군에 몸담은 그의 눈에는 얼핏 본 그 물체는 분명 총이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연합뉴스

수상한 남자의 거동을 계속 관찰하던 그는 총 든 남자가 횡단보도를 건너 근처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차를 세우라고 소리를 지르고 곧바로 초등학교로 뛰어 들어갔다.

학교 보안관은 다른 업무를 하느라 남자가 교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여럿 모여있는 상태였다.

황 주무관은 학교 보안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호루라기를 불며 총 든 남자를 부르자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그가 학교를 빠져나와 골목길로 도망쳤다.

청소차에 다시 올라탄 황 주무관은 평소 골목길을 꿰고 있던 터라 도망간 남자의 예상 출구 방향으로 미리 가서 대기하다가 총을 빼앗고 경찰서로 넘겼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연합뉴스

경찰 조사에서 총을 소지했던 남자는 총을 직접 만들어 새를 명중시켰는데 총알이 학교 운동장 쪽에 떨어져 찾으러 갔다고 했다. 그의 차 안에는 총알로 사용한 쇠구슬이 한 움큼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황 주무관은 영등포 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황모 주무관 /중앙일보 화면캡처

황 주무관은 “맨손으로 진짜 총을 든 사람을 쫓아가 맞섰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가슴이 철렁하긴 했다”말하면서도 “하지만 수상한 사람이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