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이 생각보다도 더 심해 보이는 이태원 참사 현장서 고군분투했던 경찰관

By 안 인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이 터져라 고군분투했던 경찰관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애쓰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지난 4일 영국 공영방송 BBC 한국지부는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관 김백겸(31) 경사와 인터뷰를 진행,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김백겸 경사는 한 명이라도 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목이 쉬어라 소리치며 통행 정리에 고군분투했다.

이후 이같은 모습이 시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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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김백겸 경사는 참사 현장 인근에서 벌어진 시민들 간 시비 사건을 접수하고 출동한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참사가 발생하는 장면을 목격한 김백겸 경사는 곧바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사람이 죽고 있어요. 다 이쪽으로!”라고 외치며 통행 정리 및 구조 활동을 펼쳤다.

김백겸 경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때 사건 현장 인근에 계셨던 모든 군중 분들이 제가 소리치는 방향대로, 또 이동해 달라는 방향대로 모두 다 이동하고 계셨다”고 밝혔다.

이날 압사 위험을 알린 112 최초 신고 이후 86분 동안 즉각적인 경찰인력 지원은 없었으며 이태원 파출소 소속 11명 경찰관들만이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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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경사에 따르면, 이런 와중에도 당시 경찰관이든 소방관이든, 혹은 제복을 입지 않은 시민이든 너 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구조 활동을 펼쳤다.

김백겸 경사는 울컥해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어 “저희 이태원 파출소 전 직원들, 소방대원들, 시민 분들이 모두 나서서 구조 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대한민국 경찰관으로서 제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한 분 한 분의 생명이 소중하기에 그분들의 유족들이 얼마나 상심이 크실지, 얼마나 고통받고 계실지…”라며 고개를 떨궜다.

인터뷰 내내 중간중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내보인 김백겸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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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주목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저한테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지금 제 안부보다는 가장 고통받고 계실 유족분들을 생각하면 제가 고통스러운 거는 제가 감내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모두들 유족분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 저로 인해서 그분들의 슬픔이, 고통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백겸 경사는 오히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렸다.

김백겸 경사는 “저희 이태원 파출소 전 직원들은 유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연거푸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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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때 희생되셨던 한 분의 어머니셨는데…

저한테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고맙다는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닌데… 저는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는데…

더 면목이 없고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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