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딸을 38년 동안 홀로 돌보다가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어머니가 징역 12년을 구형받았다.
지난 8일 인천지검은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63세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앞서 올해 5월 A씨는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30대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뇌병변 1급 중증장애로 누워 생활해야 하는 딸을 38년 동안 홀로 돌봐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남편은 생계를 위해 타 지역을 돌며 근무해야 했다.
38년 간 돌봐온 A씨의 딸은 사건 발생 몇 개월 전 대장암 말기 판정까지 받았고, 팬데믹 상황에 수술을 받아 보호자 교대마저도 쉽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이에 A씨는 딸을 살해한 후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6시간 뒤 아들에게 발견돼 미수에 그쳤다.
A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이 사건의 원인은 장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딸이 대장암 말기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던 A씨는 딸이 혈소판 부족으로 항암치료마저 받지 못하자 딸의 고통을 없애주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A씨 변호인은 그러면서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남동생인 A씨의 아들 또한 증인으로 출석해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한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주고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예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고 증언했다.
이어 “누나의 항암치료가 중단되자 그때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엄마가 (처음으로) 우울감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의 정신감정서에는 우울증 등이 있다는 전문의 소견이 제시됐다.
A씨 아들은 “누나의 장애는 엄마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저 역시도 누나를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며 “누나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 같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진술을 하던 A씨는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A씨의 선고공판은 내년 1월 19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