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경찰 준비생이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일당을 무더기로 검거하는데 도움을 주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이데일리가 16일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12시쯤. 경시생 정모(23·여·가명)씨는 학원에서 공부하다 검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의 전화를 받았다.
정씨 명의의 대포통장이 사기사건에 연루됐으니 처벌을 피하려면 돈을 찾아 맡기라는 전형적인 ‘정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었다.
이미 서너차례 비슷한 전화를 받았던 정씨는 ‘경찰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꼭 범인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결심했다.
정씨는 즉시 학원 근처에 있는 동작 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은 일단 A씨가 시키는 대로 따라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조금 무서웠지만 경찰의 ‘그림자 경호’를 받으며 통장에 있던 1680만원을 찾아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로 나갔다.
경찰은 초등학교에서 모습을 드러낸 금감원 사칭 보이스피싱 수금책 박모(18)씨를 현장에서 즉시 붙잡았다.
이런 상황을 몰랐던 조직원 A씨는 정씨의 나머지 838만원마저 찾아 대방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금감원 사칭 수금책 김씨(23)에게 넘기라고 했다.
정씨는 계속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은 척 위장하며 김씨를 만나러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대방역에 나와 있던 수금책 김씨씨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듯 현장에 도착한 정씨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고 접근하지 않았다.
정씨와 통화를 하던 A씨도 갑자기 돈을 넘겨받을 장소를 대방역에서 용산의 모 초등학교로 바꾸겠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장소변경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정씨는 침착했다. 일단 A씨와 통화를 하면서 문자로 서둘러 경찰에게 ‘접선 장소’ 변경을 알렸다.
주위를 배회하던 김씨가 수상하니 검거하라는 사인도 했다. 그리고 범인의 지시에 따라 택시를 탔지만 “차가 막힌다”는 등의 핑계로 경찰이 따라붙을 시간을 벌면서 용산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으로 잠시 정씨와 떨어진 경찰은 곧바로 조직원 김씨를 붙잡았고 서둘러 용산의 한 초등학교로 급히 이동했다. 그리고 정씨에게 돈을 받으러 나왔던 또다른 수금책 홍모(18, 여)씨와 강모(20)씨를 현장에서 한꺼번에 검거했다.
이렇게 경찰은 정씨 도움을 받아 이날 오후 보이스피싱 조직원 4명을 검거했고 정씨에게는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동작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받으면 끊지만 말고 경찰에 신고를 해주면 검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