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함덕해수욕장서 아이 구한 20대 커플 화제

By 이 충민

지난 23일,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튜브를 탄 채 물놀이를 즐기던 6세 여아가 바람에 휩쓸려 물속으로 고꾸라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당시 아이는 물에 빠지자 놀라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질렀고, 때마침 근처에서 카약을 타고 지나가던 중년 부부가 이를 먼저 목격했다.

이들은 카약의 노를 빼내 아이를 구하려 뻗었지만 그만 아이의 머리에 노가 부딪치고 말았다. 아이는 의식을 잃고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중년 부부는 당시 상황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고, 이때 한 20대 커플도 카약을 타고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아이에게 다가왔다.

이들 이예진(24), 오원탁(27) 커플은 의식을 잃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아이를 재빨리 두 손으로 잡아 카약으로 건져 올렸다.

제주도에서 카약을 타는 커플들(기사와 관계 없음, 네이버블로그 ‘대한민국 섬여행’)

“아이를 물에서 건져냈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걸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사람이 눈앞에서 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온 몸이 떨리고 미칠 지경이었죠.”

이들은 곧바로 카약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행히 서너 차례 흉부압박을 하자 새파랗게 질려있던 아이가 바닷물을 토해내며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아이는 곧 자신이 겪었던 공포를 떠올리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순간 카약이 뒤집어 지는 줄 알았어요. 저는 아이가 발작을 일으키지 못하게 두 눈을 가렸고 품에 안아줬어요. 괜찮다며 말로 안심을 시켜줬지요. 다행히도 아이는 곧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이들이 아이를 태우고 해변에 도착하니 아이의 가족들이 달려왔다. 부모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면서도 서툰 한국말로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아이에게 일본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부모는 일본 관광객 같았다. 이들 커플은 아이 부모에게 머리에 입은 상처도 있고, 혹시 모를 상처도 있을지 모르니 병원에 데려가라고 말했다.

당시 아이를 구하고 홀연히 사라져 ‘현실판 다크나이트’로 불렸던 이들은 27일 국민일보와 연락이 닿게 됐고 인터뷰 당시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둘 다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혹여나 그 아이에게 연락이 닿는다면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꼭 물어보고 싶어요. 아이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