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한복, 앞으로 고궁 무료입장 안 된다”

By 이 충민

“정체불명의 옷을 입은 관광객들을 좀 단속해주세요.”

앞으로 정체불명의 퓨전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 무료입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청은 11일 정부 관계자, 한복 전문가, 한복 대여업체 사장 등을 초청해 개량 한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개량 한복의 경우 고궁 무료 입장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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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이 나선 것은 애초 한복의 대중화 및 세계화를 위해 시작한 제도가 한국 복식과 다른 정체불명의 옷만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체불명의 옷을 입은 관광객들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도 꾸준히 들어온다.

이로 인해 앞으로 116개의 종로구 음식점에서 한복 착용자에게 주던 10% 할인 혜택에서도 정체불명 한복 착용자는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실제로 대여점에서 취급하는 한복은 대부분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서양 드레스처럼 번쩍이는 무늬에 장신구를 달고 있는 퓨전한복이다.

치마가 풍성하게 보이도록 고정해주는 서양 드레스용 장치가 들어있거나 소재 역시 기존의 한복 옷감이 아닌 커튼용 재단지를 사용한다.

허리 뒤로 묶는 리본이나 맨살이 비치는 소재, 레이스 장식도 원래 한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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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전통 한복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복궁 근처 한복 대여업체 7곳 중 3곳은 전통 한복을 아예 전시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관광객이 전통 한복을 찾으면 그제야 꺼내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런 차림을 한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기에만 그럴싸할 뿐 실제로는 무늬만 한복이라는 것.

한복 디자이너 박모 씨는 “사실 이건 한복이라기보다 한복 ‘흉내’죠. 이런 식의 퓨전한복은 한복 고유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이상한 옷을 사람들이 진짜 한복이라고 믿게 되면 곤란하죠”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대부분 제재의 찬성을 나타냈다. “종로구청의 정책 찬성합니다” “한복에 레이스가 왠 말” “이러다 전통한복의 단아함이 사라질 판” “저건 개량 한복도 아니다” 등 의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