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폐플라스틱 수입 대국’이 됐다.
“왜 쓰레기를 돈 주고 수입하는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겠지만, 실제로 재활용업체들은 해외에서 폐플라스틱을 수입하고 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 수요가 늘고,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입산 쓰레기까지 더해진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파헤쳐보면,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 가운데, 페트병(PET)은 ‘합성섬유’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투명 페트병만 재활용할 수 있고, 제대로 세척되지 않거나 라벨이 제거되지 않아 재활용이 힘든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품질 좋은 페트병만 재활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품질 좋은 폐페트병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전체 폐플라스틱 중 단 10~15%만 재활용된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다만, 일본에서는 고품질의 폐페트병을 구할 수 있다. 깨끗하고, 잘 분류되고, 라벨이 제거된 일본산 페트병을 다량 수입한다.
2019년 기준, 폐페트병 전체 수입량은 10만톤을 넘었다. 그중에서 일본산은 절반이 넘는다.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처치 곤란인 상황에서, 해외에서 추가로 수입을 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에 지난 6월 환경부는 국내 폐플라스틱 적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4종’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적체 심화 상황을 해결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 폐플라스틱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폐플라스틱 수입 대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는 것은 물론, 플라스틱 생산업체도 소비자들이 라벨을 잘 떼어 깨끗한 상태로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