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 아현지사 화재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멈춘 서울 서부권 일대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음식점에서는 결제 전산망 장애로 카드결재가 되지 않거나 주말을 생각해 준비한 음식 재료를 버리게 됐고 서울 홍대 인근도 배달 오토바이가 급감했다.
e-스포츠 경기장에서 생중계될 예정이었던 게임 경기도 일주일 정도 연기돼 주말이면 관람객들로 가득 차는 250석 규모의 경기장이 텅 비었다.
심지어 경찰 통신망과 대형병원도 통신 장애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마포·서대문·용산 경찰서는 상황실 직원을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로 파견해 관할구역 신고를 직접 무전으로 받는 형식으로 처리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한 대형병원 간호사 심모 씨는 “의료진 콜폰이 먹통이 돼 응급 상황에서 콜을 못하니 계속 원내 방송만 했다”며 “의사 콜이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 상태가 안 좋아져 너무 무서웠다”고 전했다.
신촌에서 친구를 만나려다가 갑자기 연락을 하지 못한 이모 씨(27)는 “도시 한복판에서 조난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모 씨(31)는 “불편한 수준을 넘어서 공황상태에 빠질 정도였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갑자기 휴대전화가 불통되자 일부 지역 공중전화에 긴 줄이 늘어선 풍경을 봤다며 신기해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7)는 “공중전화를 이용한 건 난생처음이었다. 약속 장소를 확인하려는 여러 사람들이 공중전화 부스에 줄을 함께 섰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나면 이런 상황이 되겠구나 싶었다”고도 했다.
네티즌들도 온라인에 각종 경험담을 쏟아냈다. 네티즌 ‘amp**’은 “오늘 하루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체험을 반 강제로 했다”며 “밖에서 인터넷 못쓰는게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네티즌 ‘pep***’는 “친구들과 연락이 안 돼 집에만 있었다”며 “평소 안 하면 책을 읽거나 기타를 치고 보냈다. 내일은 복구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승엽 도시재난연구소장은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작은 못’ 하나가 ‘톱니’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면서 “이번 화재로 우리 사회가 작은 충격에 어이없게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