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에서 엄마, 아빠와 고등학생 딸이 한 방에서 숨졌고 이를 중학생 아들이 발견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딸의 시신에서 ‘방어흔’이 발견됐다.
반대로 아버지의 시신에서는 ‘주저흔’이 나왔다.
지난 21일 의정부경찰서는 숨진 고등학생 딸 A(18) 양의 손등에서 약한 방어흔이, 아버지 B(50) 씨에게서는 주저흔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내 C(46) 씨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어흔은 공격을 방어하면서 생긴 상처를, 주저흔은 자해할 때 망설이면서 나타나는 상처를 뜻한다.
이날 경찰은 또 국립과학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 3명 모두 목 부위를 찔려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이같은 부검 결과와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이들 가족이 생활고를 겪던 상황에서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이 일가족에 관해 “아이들이 착하고 성실했으며 부부도 다투는 걸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화목했다”고 일관된 증언을 내놓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버지 B씨는 목공 작업소를 운영해오다 수금 문제 등으로 억대의 빚을 지면서 최근 점포 운영을 접은 상태였다. 아내 C씨가 일자리를 구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앞서 20일 오전 누나 A양의 방 안에 가족들이 모두 죽어있는 것을 처음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중학생 아들 D(15) 군은 “전날 부모님이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왔고 자신을 제외한 가족 3명이 한 방에 모여 빚 해결을 위해 집을 파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D군은 또 당시 자신은 자기 방 안에 있었으며 가족들은 절망적인 이야기를 주로 나눴고 서로 껴안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D군은 이날 새벽 4시까지 학교 과제를 하느라 잠을 못 자는 바람에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잤다. D군은 잠들기 직전 아버지가 방에 들어와 “늦게까지 과제 하느라 힘들겠다”며 격려했다고도 진술했다.
늦잠을 자는데도 아무도 자신을 깨우지 않은 것이 이상해 집안을 살피다 누나의 방에서 숨진 가족들을 발견했다는 D군의 진술에 대해 경찰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