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양대학병원 의사 일부가 근무 중에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고 진료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생후 일주일 된 750g 미숙아를 75kg로 착각, 적정량의 100배에 달하는 인슐린을 투입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지난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같은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SNS 대화에서 “응급실 당직이다”, “곱맥(곱창+맥주) 시켜먹어 얼굴이 너무 빨갛다”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몇 달 뒤에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나 옛날에 술 먹고 와서 보호자가 나한테 술 마신 거 아니냐고 했다”, “다른 동료들이랑 술 마시고 있다” 등 음주 근무가 한두 번이 아님을 방증하는 내용들이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병동 전공의들이 당직 근무 중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모두 진료복이나 의사 가운을 입은 이들 앞에는 종이컵과 맥주를 담는 플라스틱 병이 놓여 있다.
이와 관련 한양대병원 전직 직원은 “당직자들이 같이 마시게 되는 것”이라며 “야식을 먹는다는 걸로 해서 술을 같이 마셨다”고 증언했다.
직원은 또 “보호자나 환자가 간호사한테 저 사람한테 술 냄새난다고, 얼굴 빨간데 술 먹은 것 아니냐고 (했다)”고 취재진에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노출된 아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전공의의 음주 사실이 청소 직원에게 발각됐다. 해당 전공의는 “당직 때 술 먹었다고 사유서 쓰래. 짜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전공의는 앞서 지난해 2월 생후 일주일 된 몸무게 750g의 미숙아를 75kg로 착각, 혈당 조절 약인 인슐린을 적정량의 100배 치나 투여하는 사고를 낸 인물이다.
당시 인슐린 과다 투여로 미숙아는 저혈당 쇼크가 왔다. 혈압과 맥박 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의료 사고를 당한 것.
하지만 사고를 낸 전공의는 당직 중 음주나 의료 사고 중 아무것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취재진은 의료 사고를 당한 미숙아 어머니와 접촉해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어봤다. 어머니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4개월 동안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처지가 제대로 된 건지 불안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병원 측의 입장은 어떨까.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입장을 들으러 찾아온 취재진에 “단지 술을 먹었다는 것”이라며 “업무를 하던 중이었는지 퇴근 이후에 있던 일이었는지 저희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현행 의료법에는 음주 진료를 처벌하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 지난 2014년 음주 진료를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의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