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27일 오늘, 처음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초면에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환담까지 진행된 대화 내용을 공개한다.
◇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악수
문 :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북으로) 넘어갈 수 있겠느냐?
김 :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문 대통령을 북쪽 군사한계선으로 이끌었다. 두 정상은 예정에 없던 북측 군사한계선 촬영을 했다.
◇ 전통 의장대 사열
문 : 외국사람도 우리 전통 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 보여드릴 수 있다.
김 :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 후 양측 수행원과 악수한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이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자”라고 제안했다.
◇ 평화의 집
김 위원장은 로비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가리켜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환담장
두 정상은 9시 48분께 환담장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환담장 뒷벽에 걸린 병풍을 소개했다. 병풍 ‘천년의 동행, 그 시작’은 김중만 작가가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병풍의 글자는 전체적으로 검정 색이나 ‘서르 ᄉᆞᄆᆞᆺ디’의 ‘ㅁ’과 ‘ᄆᆡᇰᄀᆞ〮노니’의 ‘ㄱ’만 각각 파강, 빨강 색이다.
문 대통령은 “‘ㅁ’은 문재인, ‘ㄱ’은 김정은”이라고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화답했다.
문 :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
김 : 새벽 차를 이용해 개성 거쳐 왔다. 대통령께서도 아침 일찍 출발하셨겠다.
문 : 저는 불과 52km 떨어져 있어 1시간 정도 걸렸다.
김 :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여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치셨다는데, 새벽에 깨는 데 습관이 됐겠다.
문 :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줘서 앞으로 발뻗고 자겠다.
김 : 새벽잠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m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문 대통령을) 평양에서 만날 줄 았았는데 여기서 만난 게 더 잘됐다. 대결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가지고 오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이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던 분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걸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이가 밟고 다니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느냐
문 :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서 많은 주민이 환송해주었다. 그만큼 우리의 오늘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성동 주민도 다 나와서 함께 사진 찍었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와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지면 좋겠다.
◇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 앞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설명했다.
김 : 대통령이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
문 : 나는 가본적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 가는 사람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 가보고 싶다.
김 : 대통령이 오시면 걱정되는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올림픽에 다녀온 분이 다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께서 편히 오실 수 있게 하겠다.
문 :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이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완전히 끊긴 게 한스럽다. 김 위원장이 큰 용단으로 오늘 10년간 끊겼던 맥을 다시 이었다.
김 : 큰 합의해놓고 10년 이상 실천 못했다. 오늘 만남도 제대로 되겠나 하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 짧게 걸으면서 정말 11년이 걸렸나 생각했다.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게 달려가면 지금보다 못할 리 있겠나. 대통령을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여정 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에서 아주 스타가 됐다”고 말하자 김 부부장은 얼굴이 빨개졌다고 한다.
문 : 오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이다.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에는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실행되지 않았다. 내가 시작한 지 이제 1년차다. 내 임기에 김 위원장이 오늘까지 달려온 속도를 유지하면 좋겠다.
김 : 만리마 속도를 남북 통일의 속도로 삼자.
문 : 과거 돌아봤을때 중요한 것은 속도였다.
김 :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흥해 좋은 세상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
문 : 북측 큰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 수습하느라 고생 많았겠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 위로도 하고 특별 열차까지 배려했다는 말을 들었다.
김 :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를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문 :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하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임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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