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오늘(18일)은 무고한 시민 5천여 명의 인권이 전두환 정권에 의해 짓밟혔던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고 옥살이를 해야 했으며, 그중 또 많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과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한 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옛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에서 자행된 불법 고문 수사의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삶을 추적한 내용을 방송한 바 있다.
이날 ‘그알’ 제작진은 과거 무고한 피해자들이 고문을 받도록 수사관들의 행태를 용인한 판사 한 명을 추적했다.
이 판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0년대 여러 간첩 조작사건의 재판을 맡았다.
판사는 무고한 시민인 피해자들이 불법 고문에 시달려 거짓 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고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했다.
이후 민주정권이 들어섰다. 판사는 처벌을 받았을까? 전혀 아니었다.
그는 그 뒤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주요 요직을 거쳤고, 권력의 중심에 섰다. 끝내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위치인 대법원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알’ 제작진은 그런 판사를 만나기 위해 직접 그가 사는 자택을 방문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판사의 집은 부촌 중에서도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고급스러운 서양풍 외관의 개인 주택이었는데, 개인 주택임에도 최소 3층은 되어 보이는 집이었다.
방송은 그 직후 독재정권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의 집을 비쳤다.
누군가 남기고 간 지저분한 낙서가 남아있는 집 외관에는 수도관 등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고문 피해자의 집은 제작진이 몸을 굽혀 들어가야 할 정도로 높이도 낮고, 좁고 비루한 모습이었다.
거실이나 부엌도 없이 방 한 칸이 전부인 이곳은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할아버지의 유일한 보금자리였다.
과거 간첩 혐의로 50일간 고문을 당한 뒤 16년간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한 할아버지는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고 있었다.
간첩 조작사건에 휘말린 뒤 사랑하는 가족과도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은 할아버지.
누추한 곳까지 찾아온 제작진에 할아버지는 자신의 유일한 취미라며 노래를 불러주다가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다를 만큼 받아야 했던 고문과 감옥에 갇히며 잃어버린 시간,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억울할까.
할아버지는 그저 되뇔 뿐이었다.
“달걀 가지고 바위를 두드릴 수 있겠습니까. 두드려봤자 내가 깨지니까 안 두드린 것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