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해, 지하철 8호선 성남 모란역 11번 출구 쪽에서 한 청년은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했다.
수진동 우체국 골목길 구석에 쓰레기 버려진 곳에서 한 비쩍 마른 할아버지가 음식물 쓰레기를 드시고 있었던 것.
청년은 순간 너무 놀랐고 주변 행인들은 잠시 그 할아버지를 구경하다가 피해가곤 했다. 이 청년은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르신 이런 거 드시면 큰일 나세요..제가 뭐라도 하나 사드릴 테니 그만 드세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심하게 나고 몸은 아프리카 난민처럼 뼈밖에 없었다는 이 할아버지는 청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황급히 근처 컵밥집으로 달려가 시원한 생수와 컵밥 곱빼기를 포장해 건넸고 할아버지는 음식물 쓰레기로 찌든 빨간 목장갑을 낀 손을 내밀며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년은 지금도 생수를 급하게 들이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생수를 받으시자마자 얼마나 덥고 갈증을 느끼셨는지 급하게 드시더라구요.”
청년은 “아직도 마음 한편으로 불편한 마음이 남아있다”며 “근처에 할아버지가 또 보이면 식사 한 끼와 만원 한장이라도 쥐여 드려야겠다”라며 안타까운 목격담을 전했다.
그리고 보름 뒤인 17일 이 청년은 지난번과 같은 장소에서 할아버지와 다시 마주쳤고 이번에는 사진을 남기며 도움을 호소했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 컸다는 청년은 할아버지가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드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마음이 급해졌다.
청년은 지난번처럼 컵밥과 생수를 전하며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번에 컵밥 드렸던 사람입니다. 자꾸 이런거 드시면 정말 큰일나세요! 일단 이거라도 드세요”라고 말하며 만원과 함께 건넸다.
할아버지는 성남시 수진동에 거주하고 있고 폐지와 캔 등 재활용품을 모아서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청년은 “차라리 구걸이라도 하면 사정이 더 나을 거 같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좀 더 근본적으로 할아버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 다시 뵙게 되면 사연을 들어보고 도움을 드려야겠다”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안타까운 일이네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인데 멋지십니다” “마음 한 쪽이 아프면서도 다른 한 쪽은 따뜻해진다” “복지에서 제외된 이유가 뭘까” “본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