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이어 ‘신념적 병역거부’도 무죄 되나

By 이 충민

대법원이 지난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례를 변경한 가운데, 징병제에 반대하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20대 남성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16년 10월 징집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A씨(22)의 상고심 사건을 지난해 9월부터 심리 중이다.

A씨는 “(한국에선)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채택하지 않았고, 대체복무제라는 선택권이 없다”며 현재의 징병제가 위헌이라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는 논리를 폈으며, “병사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헌법상 근로권·재산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중단 촉구 기자회(연합)

1·2심은 당시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따라 “국방·병역의 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지만, 또 병사의 급여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더라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2012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근거해 A씨의 최저임금 관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사이 대법원은 지난 1일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형사처벌을 피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병역거부 무죄 판결 후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 쏟아지는 지식검색(네이버 캡처)

A씨 재판의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문재인 대통령 임명)은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해선 안 된다는 다수의견에 손을 든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며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대법원 재판부가 A씨의 징병제 반대신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정한 양심은)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 영향 아래 있으며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