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그저 길에서 보이는 노란색 블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눈이다. 그런 점자 블록이 도로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탓에 시각장애인들은 제대로 길을 다닐 수 없었다.
점자 블록을 따라 평소에 가던 길을 가는데, 갑자기 장애물이 툭 튀어나오거나 행인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한 시각장애인은 “자고 일어났더니 팔이 하나 없어진 것 같은 심정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말 내가 (이 길을) 또 올 수 있을까…”라며 암담한 심정을 고백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진원 팀장은 “점자 블록이 점점 사라지면서 불편을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익숙한 길이라도 목적지에 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점자 블록이 사라지는 배경에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자 블록이) 황색이기 때문에, 도시 디자인 차원에서는 흉물이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청 공무원들 교육할 때도 (점자 블록을) 설치 안 하면 안 되겠냐는 말이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도시 미관’을 이유로 서울 도심에서 점자 블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연결된 인도에 설치돼 있던 500m 길이의 점자 블록이 없어졌고, 회현역 인근 약 10m 길이의 점자 블록도 그 이유로 사라졌다.
이러한 문제는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됐다.
최근 경기도가 도내 장애인 편의시설 73개소에 대해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42개소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위반 내용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철거, 장애인 화장실 훼손 등이 있었으며, 그중에서 12개소가 점자 블록을 파손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도로, 시설에는 점자 블록을 연속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긴 시설주가 적발되면 관할 지자체는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시설주에게는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