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평소에 정말 이런 용어를 쓰고 있나요?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572돌을 맞았지만, 지자체는 여전히 외래어가 뒤섞인 알쏭달쏭한 행정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 대체가 가능한 행정용어를 외래어로 쓰거나,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 신조어를 만드는 등 지자체의 한글 파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역 소개에 꼭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나요?
‘블루시티(Blue-city) 거제’, ‘라이징(Rising) 사천’, ‘로맨틱(Romantic) 춘천’, ‘원더풀(wonderful) 삼척’, ‘레인보우(Rainbow) 영동’, ‘드림허브(Dream hub) 군산’.
전국 지자체가 시·군 누리집(홈페이지) 등에 지역을 소개할 때 넣은 문구를 간추렸다. 열거한 지자체는 외국어 사례 중 극히 일부다.
이들 지자체는 지역 명소와 관광지·특산품·산업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골라 지역 이름 앞에 넣었다고 설명한다.
‘블루시티’라는 용어를 쓴 경남 거제시 관계자는 “푸른 바다를 낀 관광휴양 도시와 조선산업을 이끄는 산업일꾼을 상징하는 ‘블루칼라’를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레인보우’로 지명을 소개한 충북 영동군 관계자는 “빨강(사과)·주황(감)·노랑(국악)·초록(푸른 산)·파랑(맑은 물)·남색(포도)·보라(와인)로 상징화해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이름을 만든 지자체는 꽤 만족스러운 모습이지만, 주민들은 ‘저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 ‘실링액·가내시’…도대체 무슨 뜻이야?
‘실링액을 가내시할 것’ 분명 우리말 같은 데 도무지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행정기관 공문서 등에서 종종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이 말은 ‘최고 한도액을 미리 통보할 것’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주로 건축 분야에 자주 등장하는 실링액은 ‘상한·천장·한도’를 뜻하는 ‘실링(Ceiling)’에 액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액’이 합쳐진 것이다.
‘임시 통보’라는 의미의 가내시는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림’이라는 뜻의 ‘내시(內示)’에 접두사 ‘가(假)’를 붙여 만든 용어다.
경기도에서는 예비 창업자가 전문가와 투자자 앞에서 사업성을 검증받는 행사를 ‘UP 창조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농업인에게 농장을 빌려주고 작목을 직접 생산·유통하는 체계를 ‘팜 셰어’라고 부른다.
한글과 외국어가 뒤섞인 축제 이름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관광객이 먼저 지적할 정도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