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량의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라도 해양생물의 죽음이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델라 징리 홍콩침례대 화학과 교수팀은 중국 선전 지역의 해변 20곳에서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하는 화학물질 7종을 검출해 산호와 어류 등 해양생물에 대해 독성 실험을 했다.
검출된 성분 중에는 2021년부터 하와이에서 사용이 금지된 옥시벤존(벤조페논-3)과 옥티녹세이트(octinoxate)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농도의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녹아 있는 물에 25~47일 동안 각각 키우며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성분이 물고기 새끼에 기형을 유발하거나 아예 알에서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게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산호는 수영장 1개를 가득 채운 물에 0.1g만 섞여도 기형이 되거나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외선 차단제에는 이들 성분이 두 종류 이상 섞여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노출량이 최대 4배까지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환경 분야 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 1일자에 발표됐다.
하와이 주의회는 지난 5월 이 두 성분이 사용된 자외선 차단제의 판매와 유통,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두 물질이 어린 산호의 DNA 변형 및 기형을 유발해 섬 주변의 산호초에 백화 현상을 일으키고 결국 죽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법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한편 자외선차단제에 쓰이는 옥시벤존, 아보벤젠 등 벤젠 계열 유기화학물질은 인체에도 매우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현 영남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벤젠 계열은 이중결합이 포함된 유기화학물질로 자외선을 흡수해 이중결합이 깨지는 방식으로 자외선을 차단한다”며 “그러나 깨지고 남은 잔여물이 피부에 남아 심각하게는 암, DNA 돌연변이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