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한글 금속활자와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세종대왕의 천문시계가 발굴됐다. 조선 시대 한글 및 과학기술의 실체를 가늠할 자료다.
29일 문화재청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조선 전기에 제작된 한글 금속활자 600여 점을 비롯해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발굴 현장은 지금의 탑골공원 인근으로 옛 한양 중심부다. 조선 전기까지 도성 내 경제문화중심지인 한성부 중부 견평방에 속한 지역이다. 주변에 의금부 등 각종 관청과 궁가인 순화궁 등이 있었다.
연구원은 “금속활자 등이 출토된 층위는 현재 지표면으로부터 3미터 아래”라고 전했다.
금속활자는 도기 항아리에 담긴 채 발견됐고, 그 주변에서 일성정시의가 여러 조각으로 나뉜 상태로 출토됐다. 조선 전기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등도 같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유물은 금속활자다.
해당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가 1450년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와 인쇄술을 개발할 무렵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 시대 금속활자는 제작한 해를 이름으로 붙이는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앞선 1434년 제작했다는 갑인자(甲寅字)로 보이는 유물이 확인된 것. 제작 당시 장영실 등이 갑인자 제작에 참여했다.
연구원은 “구텐베르크의 인쇄 시기보다 이른 시기의 조선 활자 관련 유물은 인쇄본으로만 존재하는데, (확인되면) 최초로 인쇄본과 금속활자를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글 금속활자를 살펴보면 ㅭ, ㆆ, ㅸ 등 훈민정음 창제 시기의 표기법을 쓴 활자도 있었다.
다시 말해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인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양한 크기의 한글 금속활자가 출토됐다”며 “활자 상태는 대부분 온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조선 전기 세종대왕 시대 과학유산인 천문시계 일성정시의 부품이 발견됐다.
일성정시의는 낮에 해시계로 사용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하는 기계다.
세종실록에는 1437년 일성정시의 4개를 제작했다고 기록됐는데, 실물이 전래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