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의 번화가인 부평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한 상가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백모씨는 29일 오전 건물주 변모씨 측의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도장 들고 사무실로 오세요.“
혹시 임대료 인상이나 다른 문제가 아닐지 가슴이 철렁했던 백씨는 조심스럽게 건물주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런 백씨 앞에 변씨 측 건물 관리인은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면서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백씨는 월세 인상 계약서일 것으로 생각하며 손까지 떨어가며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잔뜩 긴장했던 백씨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이 계약서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임차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함에 임차인과 월 임대료를 아래와 같이 조정한다”라고 적힌 ‘한시적 월임대료 조정 합의서’였다.
건물주 변씨는 임차인 백씨의 월 임대료를 100만원이나 감면했다. 결국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4개월간 1400만원을 덜 받겠다고 선언한 것.
백씨 뿐만이 아니라 로데오거리 한복판 10층 건물에 세 들어 있는 10개 점포 임차인 모두 월 임대료의 15~20%를 감면 받게 됐으며 건물주 변씨 측의 감면액은 월 1000만원에 달했다. 건물 가치분까지 계산하면 상당한 손해를 보는 셈.
변씨 측 건물 관리인은 “건물주는 수십년 장사를 통해 자수성가한 분이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31일 CBS와의 통화에서 “10년째 떡볶이 가게를 운영했지만, 임대인이 직접 임대료를 낮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인한테 말하니 장난치지 말라며 농담으로 들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해 배려에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건물주처럼 나이들고 싶다” “금액을 떠나 마음이 대단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월세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한 네티즌은 해당 건물 추정 위치를 게재한 뒤 “해당 건물은 인천 번화가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세를 그 정도 받을만한 곳”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