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안동 산불’ 진압한 소방관들, 그 시각 국회의원들과 ‘술 파티’ 연 경북도지사

By 김연진

3일간 축구장 1100배에 달하는 산림을 불태워버린 안동 산불.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산불 현장에 뛰어들어 화마와 싸웠다.

그런데 산불 첫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술을 마시며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 지사는 산불 소식을 듣고도 당선자들과 저녁 술자리를 이어갔다.

지난 28일 MBC뉴스는 “대형 산불 났는데.. ‘술자리’에 ‘홍보용 사진’까지”라는 제목으로 이 지사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40분께, 경북 안동시 풍천면 인근에서 산불이 최초 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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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경북도청과 불과 6.4km 떨어진 거리였다. 경북도청에서 산불이 또렷하게 목격됐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이 지사는 경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저녁 6시 40분께, 경북도청 앞 식당에서는 만찬이 이어졌다. 술잔도 돌았다. 산불이 거세게 번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지사와 당선인들이 사전에 약속한 자리였다”라며 “저녁을 함께 먹다가 반주로 세 차례 건배 제의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다음 날에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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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통합지휘본부장인 이 지사와 그 일행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산불진화대가 목격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산불 현장에 있던 이 지사는 일행들에게 “저기는 세게 타네. 저쪽 봐라. 이만큼 뿌려도 안 꺼지나”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 지사가 산불을 끄는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비서들이 홍보용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해당 사진은 1시간 뒤 이 지사의 SNS에 게재됐다.

당시 산불 현장에 있던 진화대원은 “현장 실무진은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기관장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그렇게 하면, (진화대원들의) 힘을 빼는…”이라고 전했다.

경북도청 바로 옆에서 산불이 번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꼭 예정대로 만찬과 술자리를 가져야 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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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경북도청 측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당선을 축하하는 의미로 술을 세 차례 제안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져 일찍 마치고 곧바로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28일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경북도 측은 “최초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소방 지휘권이 이 지사에게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소방 지휘권은 도가 아닌 시군에 있어, 안동시장이 산불 진화 작업을 지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경북도 환경산림국장을 현장에 파견해 안동시를 지원하도록 했다. 소방본부장, 재난안전실장에게는 위기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만찬 중인 오후 7시 35분께 안동시장이 이 지사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이 지사는 곧바로 현장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동시장은 다음 날 새벽에 합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