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쓰레기 재활용률…우리나라 40% vs 일본 80%

한국·일본 선별장 가 보니…쓰레기 재활용률 격차↑
인천 선별장 쓰레기장 방불, 일본 요코하마는 ‘청결’

“일본은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의 80%가 재활용되지만 우리나라는 실제 재활용률이 40%대에 불과합니다.”

지난 3일 인천시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

센터 관계자로부터 한일 양국의 자원회수시설 재활용률의 격차가 배에 가깝다는 설명을 듣고는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방문단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왜 일본보다 우리의 재활용률이 턱없이 낮은지는 작업 현장을 잠시만 바라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가정이나 상가에서 각각 분류한 재활용품을 수거해 온 곳인데, 선별 작업장의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 내리는 물품들은 재활용품이라기보다는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고추장 자국이 덕지덕지 남은 즉석밥 용기, 담배꽁초와 탁한 물이 담긴 페트병, 떡볶이 국물을 담은 봉투 등 ‘쓰레기’들이 병·캔·종이팩 등 정상 재활용품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규남 생활자원회수센터장은 “기저귀나 동물 사체,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품과 함께 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가정도 종종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 센터장은 “센터로 수거된 물품 중 애초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이 20%에 이르고, 이물질이 묻은 탓에 재활용을 못 하고 고형연료(SRF)로 사용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일본보다는 재활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인천시 방문단이 최근 견학한 일본 요코하마의 환경기초시설과는 대조적이다.

요코하마 토츠카 자원선별센터 /인천시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요코하마시 중서부에 있는 토츠카(戶塚)자원선별센터.

흰색 투명 비닐봉지에 담겨 수거된 캔·병·페트병 등 3개 품목이 컨베이어벨트 라인을 거치며 일사불란하게 분류됐다.

기계가 비닐봉지를 찢으면 작업자는 우선 페트병을 따로 추렸다. 이후 컨베이어벨트 위 자석이 자동으로 캔을 달라붙게 한 뒤 따로 분류하고 다음 라인의 작업자들은 색깔에 따라 병을 갈색·투명색·기타색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이물질이 남은 병이나 캔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가정에서 배출될 당시부터 병의 라벨이 모두 제거돼 있었고 물기나 잔존물이 캔이나 병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악취가 코를 찌르는 한국 선별장과 달리, 재활용품이 청결한 상태로 배출·수거되다 보니 작업장 내부 공기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우츠이 유타카 센터장은 “센터 주변에 주택가가 밀집해 있지만 악취나 소음 피해를 제기하는 민원은 1년에 1회 정도로 거의 없다”며 “우리 센터에는 캔·병·페트병 등 3개 품목만 오고, 플라스틱·종이·건전지·의류 등 나머지 재활용품은 지정 업체가 품목별로 요일에 맞춰 수거해 재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도시화와 주민 반발 등으로 소각시설과 쓰레기 매립지 확충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국내 실정을 고려할 때, 재활용품 상당량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은 국가 폐기물 정책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한 중대 현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물질 등으로 인해 자원 회수시설의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정에서 애초부터 재활용품을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작년 환경부의 5차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종량제 봉투 속 폐기물의 53.7%가 종이·플라스틱·유리 등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이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탓에 전국의 소각장과 매립지는 늘 용량 한계치에 가깝게 완전가동되면서 수명 단축과 추가 시설 확충을 걱정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사카 재활용품 수거현장 /인천시 제공=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재활용률 격차가 국민 의식의 차이 때문에 기인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제품 생산 단계부터 사용 후 배출·수거·선별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일본은 물품을 재활용하기 쉬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일본의 경우 음료수만 보더라도 페트병 라벨에는 절취선이 표시돼 있다. 절취선대로 라벨을 잡아 뜯으면 쉽게 분리할 수 있어 페트병을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다.

매일경제 화면캡처

반면 한국 페트병의 경우 라벨이 병에 붙어 있어 가위나 칼을 사용하지 않고 손톱으로 벗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활용품 배출 품목과 방법이 일본보다 훨씬 복잡한 것도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캔·병·페트병 3개 품목만 자원선별센터에서 수거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흰 봉투에 이들 3개 품목을 함께 담아 배출하고 나머지 종류의 재활용품은 폐기물 수집 장소에 품목별로 배출하면 된다. 품목별로 배출된 재활용품은 수거 업체들이 요일에 맞춰 수거해 재활용 가공업체에 넘긴다.

반면 우리는 품목별 배출요령은 매우 복잡한데도 결국에는 품목별 분리배출이 아니라 플라스틱·종이·폐비닐 등까지 한데 섞어 배출하는 혼합배출 방식이어서 재활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배출하고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 대금을 받는 방식이 정착됐지만, 단독주택·빌라·상가는 아직도 재활용품을 하나의 봉투에 묶어 혼합배출하고 있다. 이것저것 한데 섞어서 버리다 보니 봉투 안에 재활용품 외에 쓰레기까지 함께 담아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직원들이 반입된 재활용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다. 2019.6.8 /연합뉴스

재활용품 수거 차량도 양국 간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재활용품 원형을 보존하며 운반할 수 있는 재활용 전용 차량을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재활용품을 한꺼번에 압축해서 옮기는 압축 차량이 수거 차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재질이 다른 재활용품들이 달라붙게 되고 일부 재활용품의 이물질이 전체로 퍼져 재활용 효율성도 떨어지지만, 재활용품을 동시에 압축해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압축 차량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원인 윤하연 박사는 “2027년까지 직매립을 제로화하겠다는 정부의 폐기물 정책 목표가 실현되려면 소각시설 확충 외에 폐기물 감량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원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배출·수거 체계를 단순화하고 공공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작년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는 한편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