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뜨겁다.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관련 청원 게시물이 이틀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20만명)을 훌쩍 넘어선 45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여론의 반응이 뜨겁다.
청원자는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
발단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아르바이트생 살인 사건이다.
김모(29)씨는 이날 오전 8시13분께 아르바이트생 신모(20)씨를 ‘테이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불친절하다’ 등을 이유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김씨는 10여년 간 우울증을 앓으며 약을 복용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사실이 알려졌다.
청원자는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면서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되겠냐”고 촉구했다.
김씨는 아직 가벼운 선고를 받거나 기소가 되기는커녕 경찰 조사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여론이 이렇게 초기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흉악범죄 후 심신미약 주장→솜방망이 처벌 혹은 감형’이라는 과거 사법부의 판례들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 조두순이 꼽힌다. 그는 2008년 8세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했으나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15년에서 12년으로 형이 줄었다.
징역 10년이 넘는 중형이긴 했지만 죄질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난이 잇따랐고, 조두순을 예로 들며 주취감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난해 국민청원은 약 21만명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환각 상태로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한 20세 남성이 2심에서 마약 복용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이유로 감형을 받기도 했다.
당시 대전고법 형사1부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 남성에 대해 존속살해·살인·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보고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서구 PC방 사건을 둘러싼 대중의 반응에 대해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범인 쪽에 유리하게 반영되는 사례가 많이 알려지다 보니 죄질에 걸맞는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