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률은 고작 3%, 분실률은 24%. ‘따릉이 헬멧’의 운명은?
서울시가 여의도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 헬멧을 무료로 빌려준 지 한 달 만에 헬멧 5개 중 1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실률이 20%대로 높은데, 실제 헬멧을 착용하고 다니는 여의도 내 따릉이 사용자는 단 3%에 그쳤다.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내 따릉이 대여소 30곳에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한 달간 헬멧 1500개를 비치한 결과 23일 현재 357개(23.8%)가 회수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여의도에서 자전거 헬멧 대여를 시범 운영한 것은 다음 달 28일부터 자전거 운전자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앞두고 서울시는 따릉이 이용자가 별도의 대여 절차 없이 개당 1만4천원가량인 헬멧을 가져다 쓰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여의도 이외 지역에 따릉이를 반납할 때는 헬멧을 바구니에 넣어두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분실률이 높은 것 외에도 헬멧 착용률이 현저히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가 지난 6∼17일 따릉이 이용률이 높은 여의도 7개 대여소에서 현장 모니터링을 한 결과 ‘따릉이 라이더’ 1605명 중 헬멧을 착용한 사람은 단 3%(45명)에 그쳤다.
서울시가 모바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위생 문제가 우려돼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시민 답변이 34%로 가장 많았다.
무더운 날씨 때문이라는 답변율은 24%, 단거리 이용이라 헬멧이 불필요하다는 답변도 22%로 높았다. 헤어스타일이 망가지는 문제 등이 있다는 답변도 20% 나왔다.
헬멧 의무 착용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헬멧 비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비치하자니 상당한 예산이 부담되지만, 헬멧을 비치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위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폭염 탓에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어려웠다고 보고 다음 달 1일부터 여의도에 더해 상암에서도 따릉이 헬멧 무료대여를 한다. 상암 지역 27개 대여소에 따릉이 헬멧 400여개를 비치한다.
한 달간 추가로 시범 운영을 해본 뒤 헬멧 무료대여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지 고민할 예정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행안부가 안전모 미착용을 단속하지 않겠다고 하므로 비치할 필요가 없다”며 “여의도에 안전모를 시범 비치한 것도 억지 춘향 격으로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