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입양된 한인 남매 34년만에 기적 상봉

By 이 충민

“전 늘 이 세상에서 제가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내가 옆에 있잖아”

이번 추석을 앞두고 머나먼 미국에서 어린시절 따로 입양된 한인 남매가 기적적으로 재회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현지언론은 한인 입양아인 르네 알란코(38)와 저스틴 크랙트(36)가 지난 주 오리건 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34년 만에 만났다고 전했다.

Facebook ‘Renee Alanko’

지난 1984년 3월 23일 남동생 저스틴은 두 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산의 한 영화관 앞에 버려졌다.

그의 누나 르네는 남동생이 버려진 바로 다음날에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마트 앞에 ‘이 아이를 발견하시면 경찰을 통해 고아원에 보내주세요. 이 아이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버려졌다. 주머니에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 발견됐다.

그 후 남동생은 미국 오리건 주로 입양 보내져 양부모 손에 자랐고, 누나는 캘리포니아주로 입양돼 자랐다. 세월은 20년이 흘렀고 성장한 이들은 자신의 혈육을 찾기 시작했다.

저스틴의 성장 모습(유튜브 캡처)
르네의 성장 모습(유튜브 캡처)

남동생 저스틴은 지난 2014년에 혹시 혈육이 있지 않을까 해서 ‘23앤미’를 통해 DNA 검사를 받았고, 누나인 르네는 지난 2008년 한국까지 방문해 입양서류 내용에 근거해 아버지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끝내 소식을 듣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올해 여름 건강상의 이유로 DNA 검사를 받았던 르네는 ‘23앤미’로부터 965km 떨어진 곳에 그녀의 친남동생이 있다는 기적 같은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34년만에 이역만리 땅에서 재회한 남매는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서로 닦아줬다.

남매의 재회 순간(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르네는 “동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면서 “정말 놀랍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동생 저스틴도 “항상 세상에는 나 혼자 뿐이라 생각했다”면서 34년 만에 만난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

이들 남매는 “우린 더 이상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외톨이가 아니다”라며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관련 영상: 남매가 재회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