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상징물이 있다.
2.8m 길이의 대형 삼선 슬리퍼와 길바닥 위에서 그대로 익은 달걀 후라이, 그리고 더위에 녹아내린 라바콘 등 이들 상징물들은 대구의 더위를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재미있는 조형물들이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디자이너가 힘을 보탠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대프리카 캠페인이 대구 중구청의 제지로 퇴출 처지에 놓여 있는 것. 이유는 건축법에서 정한 ‘공개공지’에서 위반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중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지난 16일 ‘조형물이 보행을 방해하고, 더위를 상징하는 조형물 때문에 더욱 덥게 느껴져 철거를 원한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관련 법과 규정을 검토한 끝에 철거를 통지하는 공문을 24일 백화점 측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연 면적 5000㎡ 이상인 판매 등의 시설은 쾌적한 환경 조성과 보행자 통행, 시민의 일시적 휴양을 위해 개방된 소규모 휴식공간을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공간이 ‘공개공지’다.
건축법 시행령 27조는 공개공지에 물건을 쌓아 놓거나 출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역발상 마케팅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대프리카’ 조형물을 설치해 호응을 얻은 현대백화점 대구점 측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어차피 무더위가 가시는 8월 말쯤 철거하려고 했는데 철거 공문까지 받고 보니 아쉽다”면서 “대구시민을 위해 공개공지를 활용한 것인데, 철거 대상으로만 바라보니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1)씨도 “SNS 등에서 대구 더위 상징물이 매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데 갑자기 철거한다니 무척 아쉽다”며 “주민 여론을 좀 더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