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40년만에 야생늑대 서식…축산농가 ‘긴장’

네덜란드에 늑대가 돌아왔다.

영국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던 야생늑대가 140년 만에 네덜란드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늑대 목격담이 이어졌다.

다만 이 늑대들은 네덜란드와 국경을 맞댄 독일에서 잠시 건너왔다가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현지 생태운동단체 ‘프리네이처'(FreeNature) 등의 생태학자들이 네덜란드 벨루어 지역에 출몰한 암컷 늑대 두 마리의 발자국과 배설물로 DNA를 추적한 결과 이 중 한 마리는 이 지역에서 6개월가량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야생늑대 /자료사진=픽사베이

이는 최소 한 마리의 암컷 야생늑대가 현지에 ‘정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 수컷 늑대도 발견됐기 때문에 수개월 내에 하나의 늑대 무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생태학자들은 앞서 발견된 두 마리 암컷 늑대 중 다른 한 마리의 흔적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와는 달리 축산 농가에서는 늑대의 등장을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992년부터 이탈리아에서 건너와 정착한 늑대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근 농가의 가축들이 늑대의 습격을 받는 일이 빈번해졌다.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야생늑대 /픽사베이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2월 늑대의 개체 수를 2023년까지 500마리로 조절하는 ‘공동 서식안’을 구성했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오는 겨울께 이미 늑대 수가 목표치에 도달하거나 이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살처분 비율을 현행 12%에서 17%로 높이는 방안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에만 700차례의 ‘늑대 습격’을 받은 프랑스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의 목축업자 시몽 메르뷔유는 늑대 무리가 자신의 염소를 잡아먹는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그는 “늑대를 향해 경고사격을 해도 도망치기는커녕 나를 계속 쳐다봐서 아주 놀랐다”면서 “우리는 늑대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4년 프랑스의 늑대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며 늑대 옷을 입고 염소를 안은 채 시위에 참여한 시민
/EPA=연합뉴스

프리네이처의 생태학자 롤런드 베르뮐렌은 사냥에 능한 늑대는 사람이 기르는 가축을 ‘정크 푸드’라고 여긴다며 야생사슴이나 멧돼지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네덜란드에는 한 무리에 5~8마리를 기준으로 22개 늑대 무리가 서식할 만한 여유가 있다면서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