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집안 형편 때문에 못 배운 사람 없도록” 복지센터에 맡겨진 돈봉투

By 박은주

자신이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 남까지 고생을 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고통을 타인이 겪지 않도록 돕는 이들도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익명의 독지가가 장학금을 내놨다. 자신처럼 돈 때문에 못 배우는 학생이 없도록 해달라는 뜻깊은 소원이 담긴 기부였다.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신흥동 행정복지센터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5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이 기부자는 “장학재단 설립은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입니다. 적은 돈이지만 이제라도 시작하고 싶습니다”라며 성금을 기부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익명으로 ‘장학금 기부’ /광주 광산구 제공=연합뉴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친구들과 같이 초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하고 일 년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할 시간도 없이 농사일을 돕고 어린 동생들도 보살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야간 학교에 다녔다.

그는 배우고 싶은 열망을 가슴 깊이 묻어둔 채 보험 외판원 등의 일을 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5년 전 자기 이름으로 작은 가게를 운영하게 됐지만 이미 나이는 50줄에 들어섰다.

한 번도 마음 편히 공부해 본 적이 없던 그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기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그는 꿈을 실천하는 첫걸음으로 이날 행정복지센터에 성금을 맡겼다.

장학재단을 설립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앞으로 해마다 100만원씩 모아 성금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흥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성금을 지역 내 어려운 가정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