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부터 이른 아침이면 컴컴한 면사무소 현관이나 창고 앞에 몰래 쌀을 놓고 사라지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찾아온 것은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다. 10㎏들이 쌀 10포대를 현관에 쌓아두고 사라진 후 매달 한 차례씩 쌀을 놓고 가고 있다.
이재실 청성면장은 “처음 쌀을 놓고 가던 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전화가 왔었다”며 “이후 매달 한 번씩 쌀 포대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면장은 “몇 달 전 일찍 출근한 직원이 차량에서 쌀을 내려놓던 독지가와 마주친 적이 있지만, 한사코 신분 노출을 꺼리는 바람에 이름이나 연락처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남모르게 이웃을 도우려는 분 같다”고 전했다.
그의 훈훈한 선행은 이미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쌀은 1천530㎏로 매달 10포대씩 기부한다. 한 번은 13포대가 들어온 적도 있다.
이 면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이웃을 향한 사랑과 정을 확인하게 해준 익명의 기부천사에게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도 국가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 보호를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청성면사무소는 관내 저소득 소외계층과 독거노인 가정 153가구에 이 쌀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