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법에 따라 습득신고를 해야 합니다.” “원칙이 중요하지만, 이걸 접수하면 위에서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난달 5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양천구 신월1파출소에서 ‘긴급대책 회의’가 열렸다. 아이들이 신고한 동전 ‘120원’ 처리방안이 회의의 주요 안건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임모 삼 형제가 신고한 10원짜리 7개, 50원짜리 1개의 동전이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열한 살, 여덟 살, 여섯 살인 임모 삼 형제가 “중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주웠다”며 ‘120원’을 습득물로 신고했다. 전 주인을 찾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파출소까지 300m를 걸어온 것이다.
파출소의 강정석 경위 등 당직 3팀 경찰들은 진지한 논의 끝에 “접수는 보류하되 선행한 아이들에게 상으로 맛난 것을 사주자”는 솔로몬의 지혜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근처 편의점으로 삼 형제를 데리고 간 김태윤 경장이 “착한 일을 해서 상을 주는 거다”면서 “뭐든지 다 골라도 된다”고 했다. 김 경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삼 형제는 물건을 골랐다. 계산대 위에 나란히 올려진 것은 500원짜리 풍선껌 3통이었다. 김 경장은 1500원을 계산했고 삼 형제는 각자 고른 풍선껌을 고사리손에 들고 오후 4시쯤 귀가했다.
하루가 지난 뒤, 서울 양천경찰서 게시판에 ‘신월1동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삼 형제의 아버지라고 신분을 밝힌 작성자는 “어제 아이들이 집에 들어와서 풍선껌을 내보이며 마치 나라라도 구한 듯이 자신들의 일화를 자랑했다”고 했다. 작성자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부모를 대신해 좋은 교훈을 준 경찰관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아이들이 신고한 돈은 120원에 불과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삼 형제가 소중히 제출한 동전 ‘120원’이 어떤 가정교육 아래서 나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습득물은 유실물법에 따라 주인 없는 물건을 주우면 반드시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습득 공고를 내고, 6개월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주운 사람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공고 비용, 보관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유실물법 제 4조(보상금)’에 따르면 유실물 가치의 5~20% 범의 안에서 의무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