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 끌던 할머니를 돕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읽은 고(故) 김선웅 씨(20)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요리사를 꿈꾸던 선웅 씨는 올해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입학한 뒤 아버지 부담을 덜겠다며 야간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선웅 씨의 긴 하루는 새벽 3시가 넘어야 마무리 되곤 했다.
지난 3일, 이날도 새벽 3시경 하루 일과를 마친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러다 도움이 필요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가 끄는 수레 바퀴가 도로 틈에 빠졌는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선웅 씨는 수레 바퀴 빼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바퀴가 빠진 후에도 직접 수레를 밀며 할머니를 도와드렸다.
하지만 그는 이후 할머니와 함께 횡단보도를 지나다 차량에 치이고 말았다. 과속방지턱이 보일 정도로 천천히 운행해야 하는 도로였지만 과속하던 차량은 그를 보지 못했다.
선웅 씨는 곧바로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머리 쪽을 심하게 다쳐 ‘뇌사’ 판정이 내려지고 말았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진 선웅 씨의 가족들은 침통해하면서도 선웅 씨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장기기증이란 꺼내기 어려운 말을 꺼냈다.
선웅 씨가 9살 어린 나이에 선웅 씨의 어머니 역시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로 3년간 투병하다 삶을 마감했다. 당시 가족들은 어머니를 보내며 장기기증 서약을 했었고 선웅 씨도 그 뜻을 이어받게 된 것.
누나 김보미(29) 씨는 MBN과의 인터뷰에서 “10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은 사고 한번 안 치고 착하게 자란 아이”라며 “막내도 엄마가 보고 싶었을 테니 엄마랑 위에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감정이 복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보미 씨는 잠시 후 “엄마 사랑 많이 받으면서 지내면 나중에 행복하게 만날 수 있겠지”라며 선웅 군의 행복을 빌었다.
지난 9일, 선웅 씨는 7명에게 값진 새 인생을 선물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