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을 한 한 여고생을 따뜻하게 독려한 경찰 지구대원들의 이야기가 헤럴드경제를 통해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오후 2시께, 누군가가 아파트 10층 난간에 앉아 자살을 시도한다는 신고를 받은 서울 대치지구대는 곧장 강남구 대치동 모 아파트로 출동했다.
경찰관 2명은 곧장 해당 아파트에 도착해 10층까지 달려 올라갔지만 아파트 난간엔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다른 대원들이 아파트 주위를 수색했다. 근처 PC방까지 확인하고 나온 김훤국 경위는 우연히 아파트 근처에서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려던 학생임을 안 김 경위는 천천히 다가가 학년과 나이를 물었다. 그러나 답변이 예상하던 바와 다르자 김 경위는 여학생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무전기를 들었다.
그 순간 여학생은 도망쳤고 김 경위는 곧장 쫓아갔다.
여학생은 빨랐다. 김 경위는 400m 이상 달린 끝에 겨우 학생을 붙잡을 수 있었다. 붙잡고 보니 여학생 양 팔에는 자신의 이름, 연락처, 학교 등이 적혀 있었다. 극단적인 선택 이후 자신의 신원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대원들은 일단 학생 진정시키기 위해 지구대로 데려왔다. 여학생이 이틀째 굶었다는 것을 알게 된 박찬엽 2팀장은 배부터 채운 후 진정시키자는 판단에 일단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지구대 주위를 함께 산책하면서 자신의 딸 이야기, 대학 이야기 등을 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극단적인 결심을 생각한 이유도 부진한 학교 성적과 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뭔가 작은 삶의 목표를 가져 위험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고 판단한 박 팀장은 당일 옥상에서 직원들과 심기로 한 무화과나무를 떠올렸다. 옥상에 여학생을 데리고 간 직원들은 직접 나무를 심도록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중에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꼭 따러 와.”
여학생의 얼굴엔 조금씩 미소가 피어났고 곧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김 경위는 “막 태어난 꽃과 같은 아이가 학업이나 부모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며 “우리 딸과 나이도 비슷해 딸처럼 여겨져 언제든지 지구대에 놀러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용진 경장도 “현장에서 막 붙잡았을 때 좌절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모든 직원들이 합심한 덕분에 아이를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