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경복궁역 사고, 미투’라는 제목으로 된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14일 오후 4시 44분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한 여성이 쓰러진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나 남잔데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를 당할 수도 있으니 모르는 여자를 구해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글을 올린 여성도 “세탁비를 물어달라고 하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렸다고 도둑으로 몰리는 상황이 생길까 봐 가만히 있었다”며 “괜히 생길지 모를 억울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며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쓰러진 여성은 주변에 있던 할머니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았고 여학생들이 경복궁역에 연락해 나온 역무원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것 같다고 글쓴이는 전했다.
이 내용은 곧 한 언론에 의해 “올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최근 ‘응급상황’에서도 남성들이 ‘펜스룰’을 내세우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급히 확산됐다.
이 같은 사실이 확산되자 21일 온라인은 각종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남녀 간 ‘미투’ 대 ‘팬스롤’ 분쟁이나 사회 분위기를 한탄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당사자들이 해당 기사 페이스북 댓글란에 나타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먼저 한 남학생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나타나 “신고해주고 구급대원 올 때까지 옆에 있어 드렸는데 무슨 기사를 이렇게 썼느냐”며 해당 기사를 비난했다.
그러나 그의 친구로 보이는 네티즌도 댓글을 통해 “옆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신고 안 하고 지켜보자 ‘현X이’가 신고했는데 기사보니 열받는다”며 동조했다.
제보자의 추정과 달리 신고자는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이었던 것.
이후 사진 속 쓰러진 여성이라는 심모 씨도 나타나 “남학생이 신고해주고 구급대원 분들 오셔서 병원갈 때까지 같이 있어줬던 건 기억난다”고 밝혔다.
심씨는 이어 이 남학생에게 “그 때 고마웠다”라며 감사를 표하고 “그런데 이렇게 기사가 나와 기분이 나쁘다”며 “도와준 학생이 억울하고 기분 나쁠 거 같은데 신경 쓰지 말라.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결국 온라인에 올려진 글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언론에 의해 기사화 돼 무차별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