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층으로 짓는 바람에 왕릉 경관을 가려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3,400세대에 대해 문화재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아파트 건설사가 사전에 문화재청의 별도 심의를 받았어야 했으나 이를 무시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아파트들은 이미 빽빽하게 20층 넘게 높이 올라갔다. 건설 막바지 단계다. 공사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한 관계자는 언론에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지금 도배하고 장판 깐다. 입주 예정자 몇 사람 오늘도 왔다”고 항변했다.
여기 묶인 사람이 수천 명인데 이제 와서 다 지은 건물을 부수기라도 하겠냐는 입장인 것.
해당 아파트가 경관을 가린 왕릉은 김포 장릉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의 경우 세계문화유산 요건에 어긋나면 가차 없이 자격을 박탈시킨다. 실제 영국 리버풀이 재개발에 들어가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또한 앞서 유네스코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등재한 세계문화유산 관련 문제들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때문에 자칫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 있는 데다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만약 검단신도시 아파트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검단신도시 왕릉 아파트 문제 적당히 넘어갈 경우 보게 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공유됐다.
어느 누리꾼이 합성해 제작한 사진은 경복궁과 첨성대 사진이었다.
경복궁 뒤로, 첨성대 뒤로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차 경관을 훼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에는 “집 앞 도보 5분 첨성대”라는 다소 씁쓸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설명이 붙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문화재 보러 유럽 여행 가면서 정작 내 나라의 문화재는 홀대하는 게 이상하다”, “이런 상황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