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캐럴을 듣기 힘들어졌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한해를 돌아보기는 좋다. 다만 매년 듣던 흥겨운 음악이 사라진 건 아쉽다.
거리 상점에서 캐럴을 틀지 않는 건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재능과 시간을 들여 만든 음악을 이용할 때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간 미흡했던 저작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확 바꿔놓은 사건이 있다. 지난 2010~2011년 국내 한 백화점이 스트리밍 전송 음악을 매장에 틀었다가 음반산업협회에 2억4천만원을 물어준 사건이다.
백화점 측은 음원서비스 업체에 비용을 낸 상태였지만, 음반산업협회는 그렇다고 음원을 매장에 틀면 ‘공연’에 해당한다며 공연보상금 9억4천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백화점 손을 들어줬다. 당시에는 매장 내 사용하는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을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였다.
2심에서는 저작권자인 음반산업협회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스트리밍 음악이 매장의 컴퓨터에 ‘일시적 유형물’로 고정되기 때문에 판매용 음반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컴퓨터의 저장장치에 들어간 음원을 음반으로 봤다.
2015년 대법원 판결에서 재판부는 2심 판단에 동의했다. 스트리밍으로 전송된 음악 데이터를 CD 같은 음반이라고 판단해, 음반산업협회에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음반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던 음악시장에서 큰 의미를 전했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판결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저작권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핵심은 저작권 권익 보호범위를 확대다. 보호범위를 기존 유흥주점·대형마트·백화점에서 비알코올 음료점(커피 전문점)·생맥주 전문점·헬스장으로 넓혔다.
거리를 지날 때, 곧잘 들을 수 있었던 유행곡을 들 수 없게 된 계기다. 그러나 다소 오해가 있다는 게 한국음반저작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르면 규모 50㎡(약 15평) 미만 카페나 매장, 길거리 노점에서는 음악을 틀어도 된다고 밝혔다.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작권에서 중소 자영업자를 위해 작은 여지를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