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봄철 발생, 고온 건조·강풍이 피해 확산
지난 4일 오후 발생한 강원 동해안 일대 산불로 여의도 면적(290㏊)을 웃도는 산림 360㏊가 잿더미가 됐다.
현재까지 1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는 등 대피 인원만 4천230명에 달했고, 주택과 창고 등 310여채가 소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영동지역은 잊을만하면 대형산불이 발생, ‘악몽’이 되풀이된다.
1996년 3천762ha를 태운 고성과 1998년 강릉 사천(301ha), 2000년 동해안 4개 시·군(2만3천138ha), 2004년 속초 청대산(180ha)과 강릉 옥계(430ha), 2005년 양양(1천141ha) 등에서 대형산불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12년 동안 잠잠하던 동해안 산불은 2017년 삼척(765ha)과 강릉(252ha)에서 악몽을 재현했다.
지난해 2월 삼척 노곡(161ha)과 도계(76ha)에 이어 그해 3월 고성 간성에서 356ha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영동지역에 한번 불이 붙으면 대형산불로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역의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이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이다.
국립기상연구소가 2012년 2월 강원 영동지역에 한번 불이 붙으면 대규모로 번지는 이유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고성 토성면에서 발화한 산불 속도는 밤사이 시속 5km에 이를 만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양간지풍은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가 빠르다.
2005년 4월 천년고찰인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당시 산불은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2m까지 관측됐다.
이번 산불도 동해안에 내려진 강풍경보 속에 산불은 바람을 타고 해변 쪽으로 번졌다.
전날 4일 오후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이 30m 이상 몰아쳤고, 해안가에도 초속 20m 안팎의 태풍급 강풍이 이어졌다.
강풍은 봄철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한다.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강한 서풍이 밀려와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더 건조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또 영서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 강한 바람을 만든다.
양간지풍이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다.
밤에 산불이 나면 동쪽으로 퍼지는 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밤일수록 산에서 해안가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이동해 상층 대기가 불안정할 때 바람 세기는 강해진다.
이 때문에 영동지역에 피해를 끼친 산불은 대부분 2월부터 5월에 집중됐다.
여기에 면적 82%가 산림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영향에다 동해안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 단순림도 많아 피해를 키운다.
밤사이 초속 20∼30m의 강풍을 타고 번져 고성지역 콘도와 속초 시내,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까지 집어삼켰다.
이날 오전 6시 30분 기준 미시령에는 26.9m의 강한 바람이 계속 몰아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까지 서풍 계열의 바람이 초속 10m 이상, 순간 바람은 초속 20m가 넘게 불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