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딸 등교 못 시켜 ‘아동학대죄’ 누명 쓴 몽골인 엄마, 3년 만에 대법원서 ‘무죄’ 확정

By 곡 문정

비자 갱신 문제로 초등학생 한국인 을 한 달간 등교시키지 못한 몽골엄마가 아동 유기 및 방임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가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지난 14일 아시아경제는 대법원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9살 몽골인 여성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한국 국적의 딸 B양을 낳았다. 이후 이혼 후 홀로 양육을 책임지다가 2016년 지금의 몽골인 남편과 재혼했다.

B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A씨는 B양의 담임, 학교 측과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B양이 학교에서 당한 교내 따돌림과 교육상 차별 문제를 담임에게 지적하거나 가족 비자 갱신과 관련한 탄원서 작성을 요청하는 과정 등에서 생긴 갈등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러던 2019년 5월 A씨와 B양은 가족 비자 신청을 사유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몽골로 출국했다. A씨 자신과 몽골인 남편의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B양을 홀로 한국에 둘 수 없었기 때문.

이 과정에서 몽골 체류 기간이 신청서의 허가 기간을 넘겼고, 학교 측은 B양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을 취해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A씨는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어이가 없다’, ‘대사관 통해 요청하라’며 대화를 거부한 것.

학교 측은 규정에 따라 “30일 이상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았다”며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열린 1심 재판에서 B양의 담임은 “(A씨는) 주민센터에서 ‘쌀에서 쥐가 나왔다’며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피해의식과 망상이 있는 피고인은 치료가 꼭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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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도 더해 “피고인이 좀 적대적이죠? 피해의식이 왜 생겼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좀 불편한 학부모셨죠?”라고 발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학교 측의 연락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재혼한 몽골 남성의 재입국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몽골 체류 기간이 길어졌는데, 당초 딸의 교육과 별 관련이 없다”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의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주민센터 난동 등 담임의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저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제게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적대적인 사람’ 취급을 한 1심은 딸을 증인으로 불러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법정에는 딸 B양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B양은 교육을 방임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엄마 A씨가 처벌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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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가 입수한 B양의 탄원서에는 “어릴 때부터 국제학교에 공부시키시고 EBS 학습을 통해 항상 공부를 했다. 남보다 더 일찍 영어와 코딩 등 여러가지를 학습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탄원서에는 또 B양이 “제 생각에 엄마가 거주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몽골에 데리고 갔다면 처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가 저를 등교시키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출입국 관계자분께서 저를 데리고 한국에서 출국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출입국법 위반이라고 하셨다. 제가 엄마와 함께 한국에 있을 때는 초등학교 입학을 거부당해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초등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가 없었다”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엄마 A씨는 “한국인들은 말을 많이 하면 저를 적대적이라고, 말을 안 하면 바보 같다고 했다. 외국인을 외계인이 아닌 인간으로 봐달라”고 최후진술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몽골에 체류한 기간 동안 A씨가 B양을 몽골 내 원어민 영어학원에 보내고 학습지를 풀게 한 행동에 주목했다. 그뿐만 아니라 A씨는 한국에서는 B양을 학비가 1년에 약 2천만원에 달하는 사립 국제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A씨가 혼자 몽골로 출국할 경우 한국에 혼자 남을 B양을 누군가 돌봐줄 여건이 되지 않는 점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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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양 모녀의 출국 전에는 담임조차 “아동을 홀로 두고 가면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고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감정적 대응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은 친모로서 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몽골인 남편의 한국 입국을 주된 목적으로 몽골로 출국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가족 모두 함께 한국에서 사는 게 ‘아동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기본이념에 더욱 부합하고, 결과적으로 딸과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선고 직후 A씨가 눈물을 흘리자 재판부는 “아이와 함께 열심히 살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A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일로 딸은 수년째 의무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괴로움을 토로하면서도 “(1심과 달리) 2심과 대법원이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 없이 판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