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실험장 풍계리에 방사능 재앙이 시작되나?

비정부 조직 ‘Vision of North Korea’가 몇 년간의 조사를 통해 북한 핵 실험 기지인 풍계리 일대의 탈북자 21명으로부터 현지 정보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은 많은 식물이 이상하게 죽어가고, 지하 수원이 고갈되고 있으며, 강에는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괴이한 현상을 진술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형아가 점점 많이 태어난다는 점입니다. ‘Vision of North Korea’는 이를 방사능 유출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방사선 피폭으로 물집이 돋아난 모습(유튜브 영상 캡처)

‘USA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탈북한 지 7년이 됐고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이정화(여) 씨의 집은 북한 동북부 산악지대 길주군에 있으며, 풍계리 핵 실험장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그녀는 그곳이 평범한 군사기지인 줄 알았고, 심지어 두 차례 핵 실험을 할 때 발생한 진동을 자연 지진으로 믿었다고 합니다. 40여 세인 그녀는 “갑자기 사람들이 병으로 죽어갔다”고 했으며, 그녀의 고향이 핵 실험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땅으로 변한 러시아 핵실험장(유튜브 영상 캡처)

김정은 정권은 2006년 이래 6차례 핵 실험을 진행했고 이 핵 실험은 풍계리 지역의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으며, 지하터널이 2km가량 이어져 있습니다.

올해 9월 말 진행한 최근의 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일 가능성이 큰데, 최대 20만 톤 규모의 폭발로 추정되며, 이는 평양이 생긴 이래 가장 강력한 무기 실험이었습니다. 대규모 산사태와 6.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동시에 핵 오염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구글 위성지도로 본 신장(新疆) 바인궈렁 몽골 자치구(巴音郭楞蒙古自治州)의 마란(馬蘭) 군사지. 이곳은 중국의 중요한 핵실험 기지다. (구글 지도 캡처)

서울대 핵 실험 전문가 서경례 교수는 (핵 실험이) 풍계리의 산 구조에 엄중한 영향을 미쳤다며 “만약 김정은 정권이 같은 곳에서 다시 유사한 규모의 핵 실험을 한다면 산사태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지표면과 지하수를 심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Vision of North Korea’에서 취재한 60여 세의 이영은(여) 씨는 2013년에 탈북했는데 고향 집이 핵 실험 지점과 겨우 몇 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합니다.

이영은 씨는 “우리 지역에는 환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데, 우리 가족 모두가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무슨 약을 먹어도 소용없었다”라며 “많은 사람이 백혈병으로 죽었고, 심지어 젊은 사람도 죽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그녀의 지인 중에 두 명이 기형아를 낳았다고 전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제기한 북한 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북한의 식량 부족과 위생보건 의료품 결핍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방사능 문제로 인한 것인지 확실한 근거가 없어 성급하게 결론짓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경례 교수는 탈북자들의 진술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의 공포는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11월 18일,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회원들이 베를린에서 핵무기 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Photo by Adam Berry/Getty Images)

통일부는 현재 방사능 피해 지역의 탈북자 30명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의 증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지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검사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